피의자 인권은 먼나라 얘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또는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집단들의 막말 ‘퍼레이드’가 최근 밝혀짐에 따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막말 ‘퍼레이드’
 
한동안 잠잠하던 법조계의 막말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된 것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법정에서 39세 판사가 자신보다 서른 살이나 연상인 69세의 노인에게 ‘버릇없다’고 윽박지르던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부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에서 실수를 저지른 한 판사의 그릇된 행동을 발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법정에서 판사로부터 언어적 인격 모독을 침해당했다는 내용의 상담 신청이 20여건에 이르렀고, 지난 4일 39세 판사의 발언이 인권침해라는 인권위 결정이 알려진 뒤 이틀 동안 5건의 추가상담이 진행되기도 했다. 인권위가 발표한 판사의 부적절한 언행으로서는 ‘때깔이 좋다. 부도난 사람이 얼굴색 좋다’, ‘항소심은 원심과 95% 똑같으므로 다시 볼 것도 없다’ 또는 ‘이런 재판 하고 있기 짜증난다’ 등으로 특히 한 소년부 재판 담당 판사는 미성년 피고인에게 ‘차려’와 ‘열중쉬어’, ‘앉았다 일어나기’ 등 군대식 처벌로 신청인이 모멸감을 느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계의 막말은 판사보다 더욱 심한 폭언과 위압적인 조사 태도가 관례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인권침해 상담 기관별 현황’에 따르면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검찰 관련 상담 신청은 252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조사한 결과보다 불과 12건이 줄었을 뿐이다.

인권위가 발표한 검찰 폭언으로 지적되는 몇 개의 사례로는 2006년 9월 지방검찰청 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신청인은 한 수사관으로부터 ‘너 죽고 싶어 환장했어. 네 성씨들은 머리가 너처럼 둔해’ 등의 폭언으로 심한 정신적 모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한 신청인은 2007년 5월경 구타를 당하기도 했었다. 당시 검찰 출석 요청을 받고 집에서 나오던 신청인은 갑작스럽게 출연한 3~7명의 검찰 수사관에게 쇠파이프 등으로 온 몸을 맞아야 했다. 신청인이 ‘고통스럽다’고 하자 검찰은 ‘뒈져라’라는 말로 응수 했을 뿐이다. 

이른바 사회적 지위가 다른 직업군에 비해 높은 일부 판·검사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에게 ‘천민적인 나라로 전락했다’, ‘후진적 문화의 특색’, ‘신성한 법관이 버릇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집중 비난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 막말논란의 물의를 빚은 당사자들에게 ‘책임론’을 묻는 여론도 등장하고 있다. 대체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주장이다. 한 변호사단체의 관계자는 “판사나 검사 등의 문제점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권위의식’이다. 이는 관료제도와 같이 법관이나 검사를 뽑기 때문이다”며 “물의를 빚은 인사는 물러나고 경험이 풍부한 판사나 검사로 교체해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법조계의 막말 소식을 연이어 접한 네티즌들 대부분은 “문제가 된 인사를 퇴임시키고 도덕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교체해야 된다”며 “더 나아가 논란이 된 해당 인사들을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게 해야 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또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해당 판·검사만의 문제가 아닌, 법조계 전체의 책임임을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이번 사태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모든 선배가 책임져야 할 일이며 국민적 각성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 전체가 국민들과 인격적 모독을 당한 신청인들에게 사과하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법·검이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유사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법조계에 이어져온 특권의식과, 내부의 구조적 문제, 그릇된 관행들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사회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집단에서 불거진 사건인 만큼, 당분간 관련 직업군 주요 인사들과 여론이 제기하는 ‘책임론’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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