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사진=뉴시스

바른정당 지지율 답보 상태…재등판 이목 집중
“확실한 보수 후보 없다”…황 대행 거취가 변수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바른정당이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김 고문이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바른정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른바 ‘패닉’에 빠진 상태다. 또 답보 상태에 빠진 지지율과 확실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김 고문의 전격적인 재등판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김 고문은 이미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에 당장 이를 번복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선 가도에 다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후 황교한 대행은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황 대행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한다면 그의 행선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성토하며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온 바른정당이 아닌 새누리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황 대행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쟁할 보수 진영 후보로 급부상한다면 보수 세력 결집이 관건인 바른정당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바른정당 합류가 유력시됐던 반 전 총장의 퇴장 후 자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은 문 전 대표는 물론이고, 황 대행과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또 정당 지지율이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당 운영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13일 여론조사 전문 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6~8일 차기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주보다 2.0포인트 오른 33.2%를 기록했다.

2위 그룹과 2배 이상 앞서면서 6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보수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황교안 권한대행은 같은 기간 대비 3.5%포인트 상승한 15.9%의 지지율로 안희정 충남지사를 오차 범위에서 제치고 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3.5%로 6위에 머물렀고, 남경필 지사는 1.0%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유 의원과 남 지사의 지지율은 정당 지지도를 끌어내리는 부작용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민주당은 45.4%의 지지율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권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34.5%로 새누리당(17.3%)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13.8%의 부진한 지지율로 2위를 유지했다. 지난주보다는 2.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텃밭인 TK에서는 지지율이 2.8%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의당은 10.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의당도 지지율이 6.8%까지 상승했고, 바른정당은 5.8%로 하락하며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자리를 바꿨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인한 반사이익이 황 대행에 쏠리는 것 같다”며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 정체가 바른정당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김무성, 오세훈 재등판설이 유 의원의 지지율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치는 생물?

김무성 고문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바른정당 지도부가 공식 회의 석상에서 김 고문의 대선 출마 여부 논의에 나섰다.

또 지지자 20여명은 당사를 찾아, 김 고문의 대선 불출마 철회를 촉구했다.

김무성 고문은 일단 불출마 철회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이미 저울질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김 고문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원인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유승민, 남경필 후보도 훌륭하지만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바른정당 합류를 예상했던 반기문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해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고 설명한 뒤 “국민 앞에 불출마를 선언 한 상황에서 이것을 번복해 다시 출마하겠다는 얘기는 저로선 참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고문은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곳에서 불출마 번복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 이것을 피하고 싶은 생각에 지난 주말 동안 전화를 끄고 쉬었다”며 “현재로선 제 마음이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김 고문의 ‘현재로선’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실상 김 고문이 불출마 의사를 계속 유지하려고 했다면 굳이 ‘현재로선’이라는 조건부 단어를 쓸 이유가 있겠냐는 것이다.

익명을 밝힌 야권의 관계자는 “김무성 고문의 발언을 보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고 본다”며 “김 고문이 대선 불출마를 번복할 시기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김 고문에게 가장 좋은 그림은 자신이 출마를 번복하는 것보다는 보수진영에서 김 고문의 출마를 종용하면서 추대하는 그림일 것”이라며 “현재 황 대행의 출마, 불출마 여부가 김 고문의 행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를 뒷받침 하듯 김 고문은 황 대행의 출마를 견제하는 한편, 야권과의 연대 가능성 언급 등 셈법에 나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최근 황 대행의 출마 여부에 대해 “황 대행은 모범적인 공무원이고 국가관이 투철한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현재 자기가 역사적으로 맡은 큰 소명이 있는데 이것을 내팽개치고 대선전에 뛰어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유승민 의원이 주장하는 보수단일화에 대해서도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국민의당과 연대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김 고문은 “선거는 연대의 승리가 이미 증명이 되고 있다.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대는 당연하다”며 “그런데 정권을 국민이 우려하는 세력에 넘겨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으면 연대해서 공동정권을 창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민주적 패권주의 정치 세력을 제외하고 가치 중심의 민주정당이 연대해서 집권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저는 역할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차재원 부산 카톨릭대 초빙교수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고문이 오늘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논리로 말했는데, 명분을 중요시하는 김 고문이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행여 나온다고 하더라도 얼마만큼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전에 지지율 1위를 했을 때도 대부분이 박 대통령 표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김 고문의 행보는 황 대행으로 향한 보수표를 흔들어 보려는 것 같다”면서 “결국은 명분이 가장 중요한데,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파괴력도 크진 않을 것이다. 결국 김 고문의 출마 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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