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반기문 불출마 선언 후 보수진영 대표 주자로 가파른 상승곡선
朴 정부 책임론·공안통·군면제 ·野 3당 견제 등 앞길 ‘첩첩산중’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범보수진영의 유력주자 중 한명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여론조사 2위에 올랐던 후보가 퇴장하면서 보수진영은 패닉 상태나 다름없다.

당장 ‘무주공산’이 돼버린 2위권 선점을 놓고 여야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진영 후보로 ‘황교안 대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현 정부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 대행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지지율의 상승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안팎에서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황 대행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데서 황 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최근 대선주자급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 가능성을 짚어봤다.

연일 회자되는 자신의 대권 출마 가능성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도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조기에 하차함에 따라 황 대행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를 강하게 부정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두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세론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아직 격차가 있지만 상승추이는 가파르다. 지난 1월 3주차 리얼미터의 주간집계에서 처음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 포함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4.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6위로 출발했다. 

이후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로 지난 1일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직후 긴급 여론조사(전국 성인 1009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황 대행은 12.1%의 지지율로 2위에 올랐다. 1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26.1%, 3위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11.1%였다. 또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황 대행이란 응답이 20.3%로 나타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인명진(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왼쪽)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며 참석하고 있다.

‘띄우기’ 

새누리당의 러브콜도 뜨겁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통틀어 지지율 두자릿수 후보가 전문하다. 이런 가운데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황교안 대행의 대선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을 쏟아내고 있는 것.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2일 YTN '호준석의 뉴스人'과 인터뷰에서 “황 대행이 출마 선언을 안 했는데도 오랫동안 대통령 선거를 준비한 안철수, 손학규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다”며 “많은 국민이 황 대행을 대통령감으로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이것은 백번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황 대행의 출마는 개인의 정치적 판단이다. 주변에서 '적합하다', '적합하지 않다' 말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은 권한대행이란 막중한 책임을 맡은 분에게 '우리당 오세요'라고 말하긴 어렵다. 자제해야 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최근 황 대행과 단독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홍문종 의원도 황 대행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홍 의원은 3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출마 선언만 하면 (지지율이) 최소한 두 배 이상 나올 것"이라 장담했다. 보수의 결집을 이끌어 낼 후보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홍 의원은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본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자임한 것도 아니다”고 황 대행을 옹호했다.

딜레마 

여권의 ‘황교안 대선후보’ 구상이 현실로 이어지더라도 딜레마는 적지 않다. 야당으로부터는 ‘박근혜 정부의 부역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황 대행이 보수결집 외에 뚜렷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황교안 대행이 출마한다면 오히려 야권에서 반색할 수밖에 없는 카드”라고 피력했다. 이는 10년 보수 정권 과정에서 쌓인 피로도가 정권교체 여론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황 대행이 대선주자의 숙명과도 같은 현 정부를 비판하는 개혁주자의 이미지를 갖기 힘들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새누리당에서 분화한 바른정당이 선명야당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비롯, 국민의당 정의당 등 반(反)새누리당 전선이 공고한 정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더욱이 여권은 여전히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시끌벅적하고, 특검의 칼날이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현실도 황 대행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형국이다.

야당의 견제도 본격화 되고 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이건 국제적인 웃음거리”라고 힐난했다. 

장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에 출연, "황 대행이 대선 30일 전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국정의 혼란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라며 "이를테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께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는 이 분이 실질적으로 후보로 나왔을 경우에 박근혜 정권의 실패에 대해서 책임론이 굉장히 불거질 수 있다. 야권으로 봐서는 가장 상대하기 가볍다. 어떤 프레임을 씌우기 가장 가벼운 후보"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선 구도에서의 필패 가능성이 높은 후보이기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도 전략적으로도 황 대행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3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자로 규정하고 비판을 이어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신기루가 걷히자 등장한 인물이 황 대행이다"며 "새누리당이 말하는 깜짝 놀랄 후보가 고작 황 대행이라면 국민은 대단히 분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권한은 황 대행에게 있다"며 "황 대행은 친박의 예쁜 늦둥이라는 낯 뜨거운 찬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에 응해야한다"고도 요구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파심에 최근 황 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대해 한 말씀 드린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농단에 대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공범"이라고 발언, 대선출마설에 둘러싸인 황 대행을 견제했다.

그는 "그럼에도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대행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대통령 코스프레를 다 하고 출마를 선언하면 국정보다 대선에 집중했다는 비난으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전통놀이 수업중인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검증된 후보(?)

황 대행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2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3기)을 거쳐 청주지검 검사로 검찰에 입문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분류된다. 법조계에서는 그를 "매사 합리적 원칙을 중시하고 학구적 토론에 능해 명쾌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으로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고 불리며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황 대행은 두 번의 인사청문회에서 30년 동안 법조계에 몸담아 온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태평양 법무법인에서 17개월간 근무하면서 16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과 관련,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됐다. 또 1980년 7월 징병검사에서 '두드러기'(담마진)로 면제 판정을 받으면서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져 진땀을 뺐다.

청문회 당시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은 “최근 11년간 담마진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은 356만명 중에 4명에 불과하다. 군 면제 이후 황 후보자는 사법시험에 1차를 합격했는데 면제 사유에 대해 정확히 말해 달라”고 요구했고 황 후보자는 “경위가 어찌됐든 병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늘 마음의 빚으로 생각하면서 지내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야간 신학대학에 편입학해 졸업한 뒤 서울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종교 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을 출간할 만큼 검찰 내부에서는 종교법 전문가로 통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보수 진영은 역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보수진영 안팎에서 ‘아, 저 사람 정도라면 국정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다’는 평가가 황 대행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황 대행이 '대권 속내'를 숨길수록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촛불로 대변되는 ‘광장민심’ 또한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황 대행에게는 출마의 명분이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청와대로부터 파급된 민심이반 현상이 그가 넘어야 할 최대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자료 출처: 리얼미터, 이번 조사는 2월 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앱(60%)과 무선(30%)·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자체구축 표집틀을 통한 임의 스마트폰알림 및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9.8%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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