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도부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11일 광주 북구 5.18민주묘역을 찾아 참배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주자‧지도부, 민심 얻기 총출동 전면전 양상
야권 최대 지분 지역…대선 주도권 잡기 승부처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정유년 새해 벽두 야권이 호남 민심 잡기에 혈안이 됐다. 호남은 야권의 최대 지분 지역이다. 조기 대선 주도권 싸움의 승부처인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탈환할지, 국민의당이 수성에 성공할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중요성 때문일 터. 벌써부터 당 지도부와 유력 대선주자들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때 주류와 비주류로 갈려 8개월간 맹렬하게 싸웠던 모습을 방불케 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주도권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대선주자까지 가세한 총공세다. 

호남 민심을 다시 얻는 게 관건인 민주당은 지도부와 유력 대선주자들이 연일 구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직접 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온 호남특위를 호남비전위원회로 명명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과 능력을 보일 것을 독려하고 있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도 호남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당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4.13 20대 총선에서 호남의 선택을 받았던 국민의당은 당 지지율이 10%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호남 위기론이 팽배하다. 

수성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미 해당 지역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한 만큼 15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호남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호남 민심은 어디로 향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지지 정당과 대선 후보에 대한 뚜렷한 여론 형성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야권의 텃밭인 호남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 양당은 더욱 치열한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기회’

민주당은 탈환이다. 분위기도 좋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당 지지율 1위와 원내 1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권 교체다.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호남 민심 회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민주당은 4.13 총선에서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처절한 패배의 쓴 맛을 봤다. 변화를 요구한 민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서 국민의당에 밀려 3석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민주당은 추미애 지도부 체제 이후 호남 민심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추 대표는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지난해 10월19일 김민석 현 민주당 특보단장과 호남에 기반을 둔 약 1만 당원과의 ‘소통합’을 통해 호남 탈환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한 같은해 12월19일 직접 위원장을 맡았던 호남특위를 ‘호남비전위원회’로 명명하고,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호남 민심 회복에 돌입했다.

이밖에 호남의 상징적 인물들도 당과 행보를 함께하고 있다.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통합위원회가 호남 민심을 향해 야권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문재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지난해 추석 이후 매주 광주를 찾아 봉사활동 등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한 내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정숙 여사가 광주를 찾을 때마다 연락이 온다”며 “지역의 반응이 좋다.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당과 문 전 대표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지도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해 12월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호남비전위원회 현장회의'를 열고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사진=박정익 기자)

국민의당-‘위기’

민주당이 기회라면 국민의당은 위기다. 현재 상황에서는 수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4.13 총선에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원내 3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악재가 계속되며 민심이 등을 돌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국민의당은 박선숙-김수민 리베이트 사태와 박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역풍을 맞으면서 지지율이 추락했다. 

한 번 떨어진 지지율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위기론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15일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제2 창당 수준의 혁신과 변화를 통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국민의당 창당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국민의당 중심의 제3지대를 구축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달 중순 귀국 예정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또 (가칭)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 때리기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호남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의 ‘야권 통합’ 요구를 거부하는 한편, 민주당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문건’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5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문건’과 관련,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비판할 자격도 없는 정당”이라며 “문재인씨는 전직 대표일 뿐 대선에 출마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분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이란 비선에 의해 국정농단을 함께한 박 대통령을 비판한 정당이 비선에 의해서 조정을 받고 농단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겠느냐”고 비난했다.

으르렁

정국이 조기 대선 체제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양당의 정치적 색깔도 더욱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 통합과 정권교체를, 국민의당은 ‘친문 패권주의 청산’ 주장과 함께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새해 첫 일정으로 광주 무등산 해맞이 등반에 나섰던 문 전 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나 “호남은 민주주의의 본산이고 우리당의 뿌리”라며 “호남에 대해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정권교체를 해내려면 광주와 전남 등 호남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지난 총선 때 잠시 길이 어긋났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함께 해야 할 관계”라며 “대선 때 함께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내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민의당이 비박과 손을 잡거나 연대를 한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의 염원에 배반되는 선택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민주당과 국민의당 신경전에 가세했다. 

안 지사는 5일 트위터에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선거 때면 투표장에 나가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유권자가 있다. 그런데 걸핏하면 당을 버리고 나가는 정치인도 있다”며 “철새 정치는 한국 정치를 퇴행시키는 주범이다. 정당 정치는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받는 손 전 대표를 겨냥했다.

국민의당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조배숙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5일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2가지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유신 잔존세력의 적폐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민정수석 비서실장, 또 안희정 충남지사로 대변되는, 패권주의와 무책임한 집단 역시 청산해야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야당 분열의 원인 제공자이고 분당의 책임자”라며 “정권교체를 못하더라도 친문과 손을 잡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친박과 친문을 제외하고 국민의당과 정체성이 비슷한 분들을 하나로 모아 국민적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낸다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며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정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신당 이름이 개혁보수이기 때문에 정체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박계 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심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각축전으로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싸늘하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민심과 바닥 민심은 차이가 있었다. 더욱이 호남 홀대론과 반문 정서는 많이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A(51/남)씨는 “딱히 국민의당과 민주당 개념의 지역색은 없어지는 것 같다”며 “물론 정당 관계자들은 여론조사를 통해서 지지율이 오르니까 변화가 있다고 하지만 바닥 민심은 전혀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허상”이라며 “광주는 아직 문재인에 대한 반감이 높다. 민주당이라서가 아니라 원래부터“라고 밝혔다.

정읍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B(34/남)씨의 경우,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난 총선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며 “문재인 같은 경우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권은 교체해야 하는데 대안이 없으니 문재인을 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반문 정서가 바닥에 깔려있기는 한데, 최근에는 반문 정서를 넘어 이번에는 바꿔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이 들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는 정권 교체를 핑계 삼아 자기들이 권력 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면서 “안철수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게 지지율 하락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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