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마감하고 2017년을 시작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세계 경제의 거시적 지표가 좋지 않다. 게다가 탄핵정국이 시작되며 국내 정치불안이 끼치는 영향도 크다.
이뿐인가?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조류독감으로 맞이하고 있으니 밥상 위의 먹거리 문제를 비롯해 관련된 창업과 비즈니스 분야에도 영향이 적지 않아 우울하기 그지 없다.

"이 짓도 잘해봐야 10년이다!"

며칠 전 제약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을 만나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40대 중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은퇴를 준비하려고 한다. 대학졸업과 군 생활 이후 25년 간 한 분야에서 성실하게 경력을 쌓아왔다. 직급도 부장급이 되었고 자신을 우러러 보는 까마득한 후배도 생겼다. 그런데 벌써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세대는 인구구조상 2차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당혹스러운 것은 2010년대 들어오며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시니어 창업이 화두가 되었는데 10년도 지나지않아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빠른 은퇴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내 입장에서도 더 이상 눈치보며 있을 수는 없다."

이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7년 IMF,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급격한 구조조정, 이에 병행된 정보화-3차산업혁명은 직업과 직장의 변화를 유도했다. 전통적인 일과 일터는 사라졌다. 숙련된 노동자의 개념도 사라졌다. 이제는 숙련도와는 또다른 ‘역할(role)’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연기자나 스탭을 캐스팅하듯, 일터에서 필요로하는 역할에 따라 일꾼을 채용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 은퇴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1971년생들을 정점으로 출생률은 내리막길로 치달았고, 이제는 인구절벽 시대를 맞이했다. 이것은 예측불가능한 위험성을 의미한다. 1차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안정적인 자산도 형성하지 못한데다, 가족의 구성 면에서도 안락한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386세대라는 독특한 세대의 뒤를 쫓아가다보니 사회적 기득권과는 거리가 멀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청년이 되면서부터 취업난, 전세난, 만혼풍조, 이혼증가 등의 사회적 현상과 맞닥뜨렸다. 이들의 시대부터 헬게이트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말해 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 기대수명이 80세를 향하는 시대에 일찍 은퇴해 빈곤상태로 죽을 때까지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있다. 그러니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말은 몰라서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일 것이다.

'쉬프트업' 하라

필자는 수년 전 이 민주신문에 칼럼연재를 시작하며 '쉬프트업(Shift-up)'이라는 필자만의 표현을 만들어냈다. 당시 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Shift-up'의 본래 "미생물을 영양이 빈약한 배지에서 영양이 풍부한 배지로 옮기는 것"이란 생물학, 생명공학 용어다. 연구과정에서 미생물 배양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의 번식이 커지면 더 영양분이 많은 곳으로 옮겨주는데 이를 '쉬프트업'이라 한 것이다.
간혹 자동차 운행 중 기어를 변속하는 표현으로도 '쉬프트업'이란 말이 사용된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초창기의 운전학원에서 '기리까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쓰는 것이 거슬려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차가 출발한 후 1단에서 2단, 3단 기어로 변속하는 것을 ‘쉬프트업’이라고 말한 듯하다. (그러나 영한사전에는 기어변속의 의미로 "Shift-up"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다분히 한국적인 표현일 수 있다.)

은퇴하지만, 은퇴는 없다

'쉬프트업'이란 용어 설명에 지면을 소모해버렸는데, 필자가 '쉬프트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이를 앞서 설명한 두 분야의 개념을 차용해 설명해 보려고 한다.
은퇴라고 표현하지만 죽음이라는 인생의 은퇴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에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마감하고 새로운 생업의 세계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먹거리와 다른 먹거리를 먹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마치 배양액 속의 미생물을 다른 배지로 옮기듯 말이다.
또한 자동차가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수많은 변속을 거듭하는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출발을 위해 기어중립에서 1단으로 놓아야하고 속도가 올라갈수록 2단-3단-4단 올라가야 한다. 무거운 짐을 싣고 언덕을 넘어야 한다면 속도를 포기하고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이럴 때는 4단-3단-2단 기어를 낮추기도 한다. 때로 길을 잘못들어가면 후진해야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평생직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쉬프트업’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쉬프트업'이 필요하다

그럼, 평생직업의 관점은 왜 필요할까?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사람이 생을 영위하기 위해서만 일을 하는 것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를 이분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어떤 살기 위해 억지로라도 먹는 거고, 어떤 때는 먹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다. 이런 전환을 수시로 부드럽게 즐겁게 하기 위해 평생직업의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은퇴는 있으면서도 없는 것이고 졸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행복추구라는 차원으로 폭넓게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그것이 '쉬프트업'이다. 앞으로 수 차례에 걸쳐 '쉬프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새해 40대를 맞이한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해 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