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이명박 정권 2인자로 통하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필두로 정두언, 전여옥, 정태근, 이군현 의원을 ‘5적(五賊)’으로 삼아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공천 받은 후보들에 대해 낙선운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해당 의원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박사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친이계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발끈했다. 이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은평구 지역에 사무실 개소를 불과 1주여일 앞두고 계약이 취소된데 따른 박사모측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박사모는 사건의 배후를 찾는 한편 은평에 사무실을 다시 구한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힌 상태다. ‘이재오 저격수’로 나선 박사모의 행보에 친이계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개소식 1주여일 앞두고 은평 사무실 계약 해지 ‘외압 의혹’ 제기

건물주의 “말 못할 사정” 밝혀내 ‘이재오 낙선’ 원동력으로 활용

당초 박사모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선거법 위반 지적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에게 누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선거운동에 자제하려던 터였다.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과 함께 한 홍보기획사에 의뢰해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을 세웠고, 이 홍보전략이 담긴 문건에는 박 전 대표를 지칭하는 P팩터(Factor)의 성향에 대한 분석이 기록돼있었다. “P의 기존 정치 형태로 볼 때 분명히 반대 입장을 표현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P팩터가 세종시 현안의 유일한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분석 내용이었다.


‘P팩터’ 성향 문건이 화근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해당 문건 자체를 작성한 적도, 홍보기획사에 작성을 의뢰한 적도 전혀 없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박사모는 이 문건이 공개되자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죽이기 문건’으로 규정하고, 친이계 후보의 낙선운동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것. 박사모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힘없는 유권자로서 이런 불의에 맞설 물리적 방법은 없다. 딱 하나, 우리가 힘을 발휘할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6월2일 지방선거가 그것이다”고 공표했다.

더 나아가 박사모는 향후 낙선운동을 전개할 친이계 의원의 실명까지 지목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정두언, 전여옥, 정태근, 이군현 의원이다. 박사모는 이들을 ‘오적’이라 지칭하고, 이들이 지원하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펼칠 것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친이계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박사모의 저력은 이미 18대 총선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사모는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이정희, 전여옥 등 친이 핵심 인사 5명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였고, 이들 가운데 전 의원을 제외한 4명이 모두 낙선했다.

박사모와 친이계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황은 지난달 23일을 전후로 급변하게 돌아갔다. 은평구 지역 내 사무실을 계약한 박사모가 건물주로부터 돌연 해약을 요청받은 것. 개소식 1주여일을 앞두고 건물주가 임차계약자인 박사모 회원을 찾아가 통사정했다는 게 정광용 박사모 회장의 설명이다.

은평구 을이 이 위원장의 출마 지역이라는 점에서 박사모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박사모가 은평에 사무실을 내려는 것 역시 오는 7월 재선거에서 이 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작업이었던 터라 ‘보이지 않는 손’의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정 회장은 “전국에 박사모 사무실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면서 “건물주는 말 못할 사정으로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사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건물주가) 외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했다. 쌍방 공히 날인했던 계약서도 돌려주기를 간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사모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건물주의 사생활을 위해 자세한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박사모는 계약 해지의 원인을 추적하기로 했다. 외압이 있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사건의 배후 혹은 외압이 있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박사모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은평 내 사무실도 다시 찾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계약이 해지되면서 오히려 이 위원장의 출마가 확실시됐다는 것. 이에 따라 총력전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목적은 당연 낙선이다. 방법은 경쟁에 놓일 다른 후보자를 지원할 생각이다. 낙선운동이라기 보단 지난 18대 총선에서 경남 사천 후보 중 이방호 전 의원 대신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원한 것처럼 경쟁자 당선운동을 한다는 것. 정 회장은 “친이를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친박연대든 민주노동당이든 당선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사모의 결의에 친이계는 즉각 대응했다. 전 의원과 이 의원은 “광기”, “억지”라며 혀를 내둘렀고, 정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 닫으라는 얘기냐”며 반발했다. 이로 인해 당 안팎으론 박사모의 선거운동에 자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정 회장 역시 “소신대로 하는 것일 뿐 위에서 지시를 받을 것도, 친박의원의 눈치를 볼 것도 없다”면서 “우리가 용서하지 못하는 행위는 당을 분열시키고 친박이라는 이유로 탄압을 하는 것이다. 박사모를 공격하거나 반대한다고 낙선운동을 하는 부도덕한 집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사모 vs 전지모 대격돌


하지만 박사모의 낙선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전 의원 측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의 팬클럽인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이하 전지모)’이 발끈하고 나선 것. 더 이상 박사모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전지모 최정수 회장이 직접 정 회장의 자금횡령 사건과 관련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뿐만 아니다. 선거법 위반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관계없이 누구든 해당 선거구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이를 특정 입후보 예정자의 낙선운동에 사용할 경우 공직선거법 89조(유사기관의 설치금지)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박사모가 은평을 비롯 선거구 지역에 사무실을 개소할 경우 선거법 위반 여부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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