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정책 좌향좌↑…벼랑 끝 여당 재보궐 총력
정부조직법 개편…사상 초유 징검다리 국정감사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대한민국을 혼돈과 분노로 뒤덮었던 병신년(丙申年)이 지나고, 새해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올해 정치권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일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결말과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재보궐선거와 조기 대선 등 굵직한 빅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또 정부조직법 개편과 초유의 징검다리 국정감사 등 여의도 정치권은 시계 제로 상태다.

올해 정치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중심으로 시계추가 돌아간다.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시기와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셈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다만 정치권이 26년 만에 4당 체제 즉, 다자구도로 변모하면서 유권자들에게도 어려운 선택의 기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보수정당이 분열하면서 좌향좌 정책과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지난해는 1987년 헌정체제 이후 정치권에 전례가 없던 한 해였다”면서 “올해 역시 이같은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측이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1월▶개헌특위‧潘의 귀환

87년 헌정체제를 만들어낸 1986년 개헌특위 이후 30년 만에 개헌을 위한 기구가 공식적으로 활동에 돌입한다. 2016년 12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개헌특위)’이 통과되면서 올 1월1일부터 개헌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앞서 여야4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8일 회동을 통해 개헌특위 정수를 더불어민주당 14명, 새누리당 12명, 국민의당 5명, 개혁보수신당(가칭) 1명, 비교섭단체(정의당‧무소속) 1명 등 총 36명으로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것을 합의했다.

1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개헌특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 87년 헌정체제 이후 현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 구현, 국민 기본권 강화 및 지방분권 등 개헌의 시기와 방식을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사실상 대권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달 중순께 귀국할 예정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정치 원로들과의 만남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어 첫 일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또한 반 전 총장의 첫 행보는 현충원 참배 후 광주 5.18민주화묘역과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반 전 총장의 거취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그간 반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내세우려 했던 새누리당 친박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와 박 대통령 탄핵, 보수정당의 분열로 인해 가능성은 멀어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제3지대,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 등 연합세력 구축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2월▶개혁입법 좌향좌

20대 국회는 26년 만에 4개 원내교섭단체 체제가 됐다. 이에 정당간 복잡한 정치적 셈법과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야3당은 촛불 민심을 반영한 개혁법안들을 준비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개혁보수신당도 이에 동참할 기세라서 좌향좌 법안의 처리는 무난할 듯하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월 임시국회를 개혁입법 국회라고 명명하고, 이달부터 상임위 별로 법안을 분류해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재벌과 검찰, 언론개혁 등을 입법과제로 선점하고 이를 관철시키기는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의당도 4대 개혁(재벌, 검찰, 언론, 정치사회) 분야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회법 제85조2, 시급한 사안은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할 경우 여야 합의 없이도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신속처리 규정(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개혁보수신당은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서두르는 만큼 입법과 정책에 있어 일정부분 기존 야3당인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개혁보수신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으로 야3당으로부터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될 것이다. 이에 야3당이 공조했던 재벌과 검찰개혁 등과 관련, 야3당보다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좌불안석이다. 개헌 저지선인 100석 아래로 떨어져 야4당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회선진화법에 의거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도 시도할 수 없다. 어느 정당이든 전체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확보하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내 강제 종료시킬 수 있으나 100석이 채 안 되는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 신청조차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추가 탈당 후 개혁보수신당행을 택하면 기존의 여야 동수로 운영되는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 규정도 무너져 새누리당은 야4당이 추진하는 개혁입법을 막을 수 없다.

3월▶박 대통령 탄핵 심판

3월은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헌재의 탄핵 심리가 박한철 헌재 소장 퇴임 전인 1월31일 이전에 결정 날 것이라는 ‘1월설’,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시기인 3월13일 이전인 ‘3월설’, 탄핵 기각설 등이 나오고 있다. 일단 중론은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시기일 이전인 3월이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공법학회나 헌법학회에서 헌재 재판연구원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3월9일 쯤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1월설에 대해서는 “일부에서는 1월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헌재가 앞으로 변론기일을 계속 잡아야 하고, 이번 재판 절차 자체가 진술을 다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의자도 많은 상황에 한 번 불러도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두 세번 불러야 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또한 증인의 사정 때문에 불출석하게 되면 일정도 다시 잡아야 한다”며 시기상으로 불가능 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박 대통령 탄핵이 기각설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하면 선거중립의무 위반과 측근비리 사과 요청 거부였다. 이 사안에서 대해서도 당시 재판관 3명이 탄핵해야 한다고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노 전 대통령의 수준을 넘어섰다. 기각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4월▶미니 대선 재보궐 선거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4.12 재보궐 선거는 대선의 향방을 유추할 수 있는 민심의 바로미터다. 20대 총선에서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역 의원은 33명이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6명, 새누리당 11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33명 의원 중 재보궐 선거 한 달 전인 3월13일까지 대법원 확정판결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 4월12일 재보궐이 결정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3월13일 이전까지 혐의가 확정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몇 개의 지역구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최근 18대와 19대 회기 중 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는 평균 10곳으로 이번 4.12재보궐 선거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재보궐 선거 결과는 대체적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우세했으나 이번 재보궐 선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와 새누리당 분당으로 인한 보수세력 분열, 개헌저지선까지 붕괴된 악재까지 겹쳐 민심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개헌저지선 확보가 관건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5월▶조기 대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인 3월13일 이전에 인용이 이뤄질 경우,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인 5월초께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5월 첫 주는 1일 노동절, 3일 부처님 오신 날, 5일 어린이날로 인해 4월26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1일 기준으로 대선 후보자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당 체제도 변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 등 다수의 대선 후보가 출마해 청와대의 새로운 주인이 되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6~7월▶정부조직 및 정계개편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되더라도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야권이 추경을 순순히 받아들여 줄지는 미지수다. MB정권 이후 국가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한 상태에서 당장 대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추가 예산 투입에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처간 통폐합을 통한 정부조직의 대대적인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문화체육관광부, 농림해양축산식품부 등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여의도 정치권도 정계개편에 들어갈 확률도 높다. 26년 만에 다당 체제를 이뤘지만 새로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권발 정계개편의 필요성으로 인해 정당간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보인다.

문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정부조직은 참여정부 때의 정부 조직법과 유사하게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개혁과 문화체육관광부 조직이 개편될 것이 유력하다. 또한 문 전 대표의 그간 발언으로 보면 언론의 자유를 위한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영방송을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도록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 이와 더불어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편도 예상되고, 이로 인한 보수단체들의 반발 또한 예상된다.

반 전 사무총장이 당선될 경우 우선 외교통상부가 지금과 같이 외교와 통상을 하는 2중적 모습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 전 사무총장이 외교관 출신답게 통일부(부총리급)의 업무를 외교부가 가져가서 외교부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반기문 대통령 시대에도 미래창조부의 개혁은 ‘반기문표 경제모델’에 따라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9월▶징검다리 국감

19대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2017년 국정감사는 초유의 징검다리 국감이 된다. 1987년 헌정체제 이후 대선은 줄곧 12월에 치러졌고, 정부와 국회도 예산의 심의와 편성, 집행이 다음 회기에서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에 국감을 치르기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고 새로 들어서는 정권을 상대로 치러지는 국감은 상반기 박근혜 정권의 사업들에 대한 평가와 감사가 이뤄지는 반면, 하반기는 새로운 정권에서 임명된 각 부처 장관과 고위공직자들이 대상이 돼 국회와 정부 모두 전례가 없는 국감이 이뤄질 듯 보인다.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시 2017년도 상반기에 예산이 집행된 사업들에 대한 국감은 새로 임명된 부처 장관 및 고위공직자들에게 사업의 문제점이나 방향을 제시하면서 기존 정권의 정책 연속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더욱이 기존 정권과의 차별성을 유난히 부각시킴으로써 선긋기에 나설 전망이 높다.

또한 정권이 바뀌고 3~4개월 내 치러지는 국감인 만큼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및 고위직공직자들의 소속 부처 업무와 현안에 대한 인식이 미숙할 가능성이 커 ‘맹탕 국감’이 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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