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당사자인 기자가 20일 유기견 보호센터 ‘케어’ 답십리점에서 청소, 산책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반려 동물 1000만 시대다. 반려 동물을 위한 다양하고 럭셔리한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옛말이 절정에 달해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거리를 떠돌거나 안락사 되는 등 고통이 상존한다. 

몇몇 동물보호단체에서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고 있지만 늘어가는 유기견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센터도 그 중 한 곳이다. 그곳에서 1일 자원봉사를 하며 유기견 문제의 실상을 보고 듣고 느껴봤다.

유기견 보호센터 ‘케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홈페이지 가입과 신청 절차는 간단하다. 또 유기견들을 위한 몇 가지 후원물품 목록 중 기부하고 싶은 것을 가지고 가면 좋다.

20일 오전 10시부터 ‘케어’ 답십리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했다. 또 50L 쓰레기봉투를 기부물품으로 가져갔다. 40여 마리의 강아지와 고양이가 보호를 받고 있는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장애를 가진 유기견들이 눈에 띄었다.

김은일 센터장의 안내에 따라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일반 봉사자는 주로 청소와 산책 봉사에 나선다고. 미용과 목욕 등은 유기견 건강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아픔과 상처로 인해 경계심이 많아 자칫 물릴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격증을 소지한 자원봉사자에게만 맡긴다는 설명이다.

감정

첫 임무는 강아지 산책이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센터 직원이 산책할 강아지를 데려왔다. 주로 남성 봉사자들에게는 대형견을 배정한다. 워낙 힘이 좋고 돌발변수가 많아 여성이 산책시키기엔 힘이 들기 때문이다. 

센터 직원 이학남(25/남)씨는 “대형견들은 남성 봉사자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데 여성에 비해 남성 자원봉사자 수가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강아지 산책은 배정받은 강아지와 센터 주변 코스를 40분 정도 돌고 오면 된다. 기자가 처음으로 데리고 나간 유기견은 학대로 인해 두 눈이 멀어 버린 ‘호동이’였다. 

센터 직원 이은혜(22/여)씨는 “산책하다가 작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마주하게 되면 흥분해서 물어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두 눈이 보이지 않는 호동이는 냄새로 길을 기억해 움직였다. 굳이 유도하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길을 찾아 나섰다. 힘이 어찌나 세던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느라 애를 먹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산책하는 내내 이리저리 부딪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루 한 번, 그것도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나갈 수 없는 산책이라 그런지 신이 난 호동이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호동이는 산책 중간에 3번이나 쾌변했다. 강아지 변을 치워본 적이 없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머뭇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산책에 한껏 들뜬 호동이 덕분인지 기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자원봉사의 1차 목표는 유기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봉사자 역시 뿌듯함과 보람, 나아가 힐링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다시 센터로 돌아오는데 호동이가 문 앞에서 버티고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밖에서 더 놀고 싶은 것 같았다. 

10분째 요지부동 자세로 버티고 있는 걸 보니 강아지도 사람과 유사한 감정을 가졌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이렇게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동물을 학대나 유기한다는 건 정말 큰 죄라는 생각도 스쳤다.

봉사

남성 봉사자들이 주로 대형견과 산책을 나간다면 여성 봉사자들은 소형견 산책 혹은 청소 봉사를 주로 맡는다. 

기자와 같은 시간대에 봉사를 나온 이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온 외국인도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아라진(20/여)씨는 4일간의 짧은 여정으로 한국 관광을 즐기던 도중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해외여행 중에도 유기견 센터를 찾아와 봉사한다는 것에 놀라움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최선경(20/여)씨는 이곳 센터에서 자주 봉사활동을 해 왔다고 한다. 졸업할 때까지 120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도 있지만 산책과 청소에 열심인 모습에서 애견인으로서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원봉사 와서 강아지를 돌보면 강아지들도 좋아하고 제 자신도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애견 사랑이 남다르다. 센터장 뿐만 아니라 일선 직원 모두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이 일을 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앞장서는 이들에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여건

유기견 봉사센터 하루 봉사 시간은 최대 2시간이다. 하루 약 10~15명의 자원봉사자가 센터를 방문한다. 하지만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온 사람들이나 주의사항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센터 직원 이은혜(22/여)씨는 “방학이 되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러 오는 사람이 많다. 시간만 때우려는 사람들 때문에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유기견들은 트라우마나 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아 주의사항을 잘 지키지 않으면 언제라도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센터 운영에도 어려움이 많다. 

김은일 센터장은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해오면 치료와 약값에만 2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되는 보조금은 전무한 실정이다.

짧은 시간 동안의 자원봉사활동으로 유기견들의 아픔과 보호센터의 실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이 있어 유기견들의 아픔이 조금은 치유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1000만 애견인 시대에 걸맞은 견주들의 책임의식부터 고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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