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촌 붉은 빛 가물가물


 

성매매특별법 이후 일본·대만 남성 상대하는 여성 늘어
일부 업자 “아가씨들 도망가 빚더미에 앉았다”며 한탄

성매매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 1년을 맞는 지금, 평행선을 긋고 있는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와 성매매업자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23일 여성부는 성매매의 도덕적 잣대와 범죄화 예방을 운운하며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한 특별법을 개정,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성매매 여성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도록 일할 자유를 달라’며 지난 1년간 국회 앞에서 단식과 삭발을 감행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식 투쟁일 뿐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음성적 성매매 업소나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성부가 집창촌 여성들의 숨통을 죄면 죌수록 변종된 성매매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특별법 발효 1년을 맞이해 특별법이 가져온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9월 26일 월요일 밤 8시께 기자는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동대문구 전농동의 속칭 ‘청량리 588’을 찾았다. 이른 시간 탓인지 이날 문을 연 업소는 열 곳이 채 안됐다.
하지만 드문드문 밝혀진 붉은 색 조명아래에는 어김없이 외롭게 서있는 젊은 여성들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윤락업소 업주 김모(48)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성매매특별법이 집창촌만 말아먹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집창촌 특성상 한 곳에 몰려있어) 단속하기 쉬우니까 여성부가 이곳만 집중적으로 깐 것 아니냐”며 “아가씨들 대부분 퇴폐이발소나 안마시술소로 거처를 옮겼으니 장안동에나 가보라”고 손사래를 쳤다.

“우리도 노동자”

김씨에 따르면 집창촌을 떠난 대부분의 여성들은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변종성매매 업소나 해외에서 몸을 팔고 있다. 수많은 집창촌 여성들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 몸을 팔고 있다는 것. 현재 변종된 성매매는 퇴폐이발소와 안마시술소, 대딸방, 스포츠마사지, 유흥주점의 2차 등으로 그 모습을 바꿔 영업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프리랜서’ 여성들의 성매매도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기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여성들은 채팅사이트와 인터넷카페, 블로그 등을 성매매의 매개체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성매매의 경우 당사자들 사이에 은밀히 이뤄지고 있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의 안전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음성적으로 몸을 팔던 집창촌 출신 여성 김모(36)씨가 정신병력이 있는 최모(21)씨와의 성관계 도중 흉기로 몸을 10여 차례 찔려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류매춘 활개

40년간 이곳에서 영업을 했다는 한 포주는 “여성부가 ‘포주의 돈(선불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직후 실시한 한 여론 조사에서 집창촌 여성들이 쉼터를 찾아가는 이유가 ‘선불금을 떼먹기 위해서’라고 나왔다”며 “여기 업주들 최하 2~3억씩은 빚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라면 피해자는 집창촌 여성이 아닌 업주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청량리 588 집창촌 포주를 대변하는 박승철 위원장은 “청량리 588 집창촌은 외정 때부터 있었다”며 “태초 가장 오래된 직업인 성매매가 쉽게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종군위안부가 태평양 전쟁이 만든 것이라면 외국남성 앞에서 가랑이를 벌리도록 떠민 성매매 특별법은 자국에서 만들어낸 비극”이라며 “아직까지 남아있는 집장촌 여성들은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52) 사무국대표 인터뷰
윤락녀 의견 존중해야

-한터전국연합회는 설립배경은.
▲집창촌은 주로 한터전국연합회에 소속된 지역의 업주들이 있는 곳이다. 한터란 ‘한 터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뜻하며, 지난 92년 9월 전국 집창촌 포주 180여명이 모여 ‘포주 및 여종업원 권익보호’를 명목으로 설립된 단체다.

-집창촌과 유흥업소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집창촌은 최고 30여개의 업소가 모여 있으며, 성을 매개로 영업을 하는 것이지 술을 먹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태초부터 있어온 직업이기 때문에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성특법 이후 집창촌은 어떻게 됐나.
▲지난해 특별법 발효 이후 촌을 이루고 있는 우리가 제일 먼저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됐다. 성매매 여성들은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집창촌을 떠나 음성적 성매매로 전환했다. 그 예로 안마시술소나 대딸방이 성특법 전후로 해서 우후죽순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성특법 이후 성병관련 정기검진은 어떻게 됐나.
▲성특법 이전 정부는 집창촌을 일종의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윤락녀들에게 매주 수요일마다 성병검진을 받도록 했다. 업주들 또한 각종 성 관련 질병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해왔다. 하지만 법 이후에는 윤락녀들이 신변노출을 우려해 꺼려하고 있다. 관련법 상 윤락녀들이 의무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마지막으로 한터측 입장은.
▲집창촌을 대책 없이 폐쇄하는 등 과도한 단속으로 몰고 가는 것은 상당한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현 정부는 매춘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나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윤락녀 스스로가 매춘을 선택했다면 정부는 그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한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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