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임원진과 오찬에 앞서 신경식 헌정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색 짙은 활동으로 국민 여론 싸늘
국회 “19대 국회 이후 관련 예산 감소”

[민주신문=강소영 기자] ‘대한민국 헌정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이 단체가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에 가깝다. 

더욱이 매년 백억원대에 가까운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입지만을 고려한 활동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헌정회가 65세 이상 전직 의원에게 매월 120만원씩 지원되는 ‘연로회원지원금’ 인상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11월30일)까지 나오면서 SNS상에서는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뱃지 한 번 달고 연금이라니” 등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취재 결과, 지원금 인상은 오보였다. 그러나 예산 동결을 요청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국회 사무처 한 관계자는 “헌정회가 내년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을 요청했다”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연로회원지원금의 증액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헌정회 전체 인원이 줄고(별세 등)있다. 자연스럽게 관련 예산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돼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단체인 만큼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예산이 줄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국민 혈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도 뚜렷한 사회적 역할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로 정치인들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편향적인 모습의 낡은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눈치?

헌정회는 그동안 국내외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다. 원로들의 조언에 정치권이 귀 기울이며 정책에 반영하는 순기능적 역할도 상당수 수행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 보여준 행보는 그동안의 활동과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춘 편향적 행보로 비난을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헌정회는 현 정부 들어서,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역사 왜곡을 규탄하기 위해 독도를 방문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한창인 올 5월에는 ‘북핵 대책 특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헌정회는 2013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추진하는 ‘역사바로세우기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일부 보수단체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교육시민연대’를 만들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촉구해왔다. 

이밖에 뉴라이트 성향의 경제사학자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초청강연을 개최하는 등 정부와 여당에 코드를 맞춘 모습으로 여론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편 1968년 7월17일 ‘국회의원 동우회’로 출발한 헌정회는 전직 의원 1160명, 현직 300명 등 총 1460명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현재 헌정회 회장은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역임한 신경식 전 의원이 맡고 있다.

예산

헌정회는 헌정기념 사업, 사회발전정책과 사회복지문제 연구, 기관지 등 간행물 발간, 회원 후생 및 복지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또 매년 정책연구개발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정치·경제·교육문화·청소년국제·안보통일 등 10개 분과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20일 국회상임위원회가 공개한 최근 3년간 보조금 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101억5800만원, 2015년 84억5100만원, 2016년 76억6100만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 중 연로회원지원금(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활동 보조금 120만원 지원)은 90억1520만원→72억800만원→64억8000만원으로 비중이 줄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로회원지원금 규모가 줄고 있는 것은 유고 등의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헌정회 지원은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축소된 상황이다. 

19대 국회 당시 헌정회의 연로회원지원금 지급을 제한하도록 하는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육성법)’이 통과됐다. 

기존 육성법에서 ‘헌정회는 연로 회원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된 조항을 개정해 ‘2012년 5월29일 이전 재직한 국회의원’으로 규정했다.

지원금 미지급 기준도 마련했다. ▲전·현직 대통령 ▲국회의원 재직 기간 1년 미만인 자(헌법개정 또는 국회의 해산으로 임기가 단축되거나 종료된 경우는 제외)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직에 재직하고 있는 자 ▲지방직영기업,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혹은 공직유관단체에서 매월 일정액의 보수를 받는 자 ▲국적상실자 ▲제명처분 혹은 유죄확정판결로 의원직 상실한 자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 이상 해당자 등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8/여)씨는 “월급 한 푼 두 푼 아끼면서 빠듯하게 생활한다. 국민연금 내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라며 “뱃지 한 번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피 같은 세금을 줘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난다. 제대로들 정치했다면 부끄러운 오늘도 없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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