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박정익 기자]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촛불집회」, 「국회 본관 정문 텐트촌」, 「국회 본관 촛불행진」, 「국회 정문 앞 풍찬노숙」…. 그리고 「탄핵의 장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하루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매일 저녁 벌어지는 풍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부터 밤마다 국회 내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회 정문 앞에서 노숙 투쟁을 하다 5일부터 국회 본관 정문 앞에 텐트 10여동을 설치하고 철야농성과 촛불행진에 나서고 있다. 정의당은 2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풍찬노숙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상정까지 이르게 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밝혀낸 야3당의 노력과 성과는 정말 대단했고, 20대 국회의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야3당만의 촛불집회와 철야농성은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는 가에는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야당 관계자는 매일 밤 벌어지는 촛불집회를 보면서 “이걸(촛불집회) 왜 여기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과연 이 시간에 촛불집회를, 그것도 국회에서 하는 것을 누가 보겠나”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매일 저녁 6시에서 7시까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1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위한 촛불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는 소속 국회의원, 당직자, 의원실 보좌관, 그리고 사진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일반 국민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는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에 비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 듯하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본관 앞 텐트촌은 본관에 들어가기 위해 외부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만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모 의원은 ‘탄핵의 장미’라는 것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전달해 그 마음이 전달되어 9일에 꼭 탄핵이 가결되도록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정의당은 국회 정문 앞에서 풍찬노숙 농성을 진행 중이라 그나마 차를 타고 이동하는 국민들에게 보이기라도 한다.

2만여명으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촛불집회는 이제는 232만여명으로 늘어 더 이상 촛불이 아닌 횃불집회가 됐다. 집회의 목적은 집회를 주최하는 당사자가 대중에게 뜻을 전달하고 목소리로 호소하는 것이다.

야3당의 목적이 박 대통령 탄핵 가결에 있다면,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해 한 사람의 새누리당 의원이라도 더 접촉하고, 협상하고, 설득해야 한다. 과연 야3당이 국회에서 매일 진행하는 촛불집회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어떤 압박을 느낄지, 그것으로 그들의 심경에 변화가 있을지 의문이다.

촛불정국을 넘어 탄핵정국의 결말을 하루 앞둔 시점에 야당은 국회 안에서 촛불집회와 철야농성을 벌일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밖으로 나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직도 광화문에는 967일 동안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들과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 그리고 매일 촛불을 들고 있는 국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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