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경. 사진=뉴시스.

[민주신문=복현명 기자] 1946년 개교한 서울대학교가 각종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비 부정사용과 일부 교수의 잇따른 성범죄, 시흥 캠퍼스 이전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더욱이 시흥 캠퍼스 이전의 경우 서울대가 글로벌 창업·산학클러스터 조성 등을 목표로 2018년 개교를 목표로 했던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총학생회 측은 “학교가 소통에 나서고 있지 않다”며 성낙인 총장의 사과와 캠퍼스 실시 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학교 본부 건물을 점거하고 나서는 등 내홍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대에 대해 70년 역사의 위상 추락과 지성의 전당 몰락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연구비 부정사용 전국 1위

1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제출 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재단이 지난해 대학에 지원한 연구비는 총 1조560억원이다. 이중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 10개 대학이 전체 연구비의 57.7%에 해당하는 690억원을 지원 받았다. 서울대가 지원 받은 국가 연구개발비는 총 1500억원으로 재단에서 지원하는 미래부 R&D 예산의 14%를 차지했다.

2016년도 연구비 용도 외 사용으로 연구재단과 소송중이거나 환수 확정된 현황을 보면 총 20건(31억원)으로, 상위 10개 대학이 11건(18억원)이었다. 이중 서울대는 7건으로 환수 대상 금액만 12억8000만원에 달했다.

더욱이 본지 취재 결과, 서울대 일부 교수들은 올해 국가에서 지원받은 연구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해 한국연구재단과 소송중이거나 환수 통보 후 환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김 모 교수는 2015년 ‘지중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거동 예측을 위한 통합 수치 모델링 기술 개발’과 ‘범용 다차원 수리동역학적 수치 모델의 현장 적용 및 실용화’ 등의 과제로 총 9억8000만원의 연구비를 재단으로부터 지원 받았다. 그러나 연구과제에 참여할 수 없는 연구원 6명을 허위 등록, 3억원이 넘는 국가연구비를 용도불명하게 사용해 편취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 부당하게 사용된 1억4337만원을 회수하고 파면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올해 들어 재단과 연구비 환수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환수 통보 후 환수가 진행 중인 교수가 무려 3명이나 됐다.

서울대 교수들의 연구비 용도외 사용현황. 자료=한국연구재단, 이은권 의원실 제공.

조선해양공학과에 재직 중인 조모 교수는 1억2635만6839원을, 화학부의 홍모 교수는 총 4건, 10억8851만385원이 환수 대상액이지만 재단과 환수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성모 교수는 6560만원의 연구 개발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확인돼 현재 환수를 통보 받아 재단에서 환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진행 중인 교수들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해외 학회 일정과 전화 수신 불가 상태 등을 이유로 답변을 청취할 수 없었다.

임현정 한국연구재단 감사팀 담당은 이에 대해 “서울대 일부 교수가 재단과 연구비 환수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 “연구비 용도 외에 사용한 것이 맞지만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확한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성범죄 징계율도 최고

전국 대학교원(사립대 포함) 성범죄 징계에서도 서울대 교수들이 가장 많았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최근 3년간(2013년~2016년 6월) 전국 144개 대학 교수 성범죄 징계 현황’에 따르면 총 47명의 교수가 징계를 받았다. 이중 서울대 교수 4명이 성희롱과 강제추행 등으로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는 사안의 정도에 따라 견책, 감봉, 정직, 해임, 파면 등의 다양한 수위의 징계 처분이 내려진다. 특히 국립대 교수의 경우 교육공무원으로서 교육공무원 징계규정에 따라 견책과 감봉은 경징계, 정직부터 중징계로 분류되고 해임과 파면은 중징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로 이에 해당될 경우 자동으로 면직되게 된다. 이에 3명의 교수는 파면, 나머지 1명의 교수는 해임돼 교단에서 퇴출됐다.

앞서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경우 지난 1월 상습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는 2010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자신이 지도하는 여학생 7명을 8차례 추행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하지만 서울대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학생들의 반발에도 진상조사와 사표 수리를 거부해 ‘봐주기’ 비판이 일자 결국 강 전 교수를 파면 조치했다.

“시흥캠퍼스 조성 반대”

캠퍼스 조성에 대해서도 학교와 학생들 간 의견 대립으로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8월22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는 시흥시와 2018년 개교를 목표로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체결 다음 날인 23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대학이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학 기업화를 가속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했다”며 “학교가 특정 학년 또는 학과를 이전할 우려가 있는 지방캠퍼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지난 11일, 학생들이 서울대 학교 본관 점거 후 붙여논 '시흥캠퍼스 철회' 포스터.

이에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지난달 6일 전체 이메일을 통해 소통이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학생이 원하지 않는 의무 기숙형 대학(RC), 특정 학년·학과 또는 단과대학 이전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협약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고 10일 학생총회를 열고 참석 학생 총 1980명 중 74.95%(1483명)가 시흥캠퍼스 철회에 찬성해 본관 점거에 이어 총장실까지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연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장(사회학과, 3학년)은 “학교 본관 점거는 총장부터 직원까지 학교의 전체 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학생들의 준엄한 경고이자 총장이 하루 빨리 학생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학교가 태도를 바꿀 때까지 무기한 점거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본부는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대화의 기회를 더 만들어 오해가 쌓인 부분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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