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집밥 백선생’으로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는 요리연구가 겸 기업인인 백종원(51/남)이 정체성 논란에 빠졌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더본코리아가 대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부당 혜택을 누리며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

이른바 ‘백종원 식당’과 경쟁하고 있는 영세상인들은 “함께 살자”며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부당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법 위반 사항이 아니어서 관련부처 역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중소기업청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점포수는 2011년 전국 370여곳에서 올해 10월 현재 1200개점을 돌파했다. 매출 역시 고공 성장세다. 2014년 927억원에서 지난해 33% 증가한 1238억원을 기록했다.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폭발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새마을식당과 홍콩반점, 한신포차, 빽다방 등을 전국 곳곳에 뿌리내리게 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이 되면 포기해야만 하는 혜택들이 많다. 쉽게 말해 중소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가 많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한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3년 외식업중앙회의 신청에 따라 한식, 중식 등 7개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사업 진출과 신규 점포 출점 자제를 권고해 왔다. 더본코리아가 대기업으로 분류되면 새마을식당(한식), 홍콩반점(중식) 등 대표 브랜드의 신규 출점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SPC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2013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3년간 점포 127개(3.9%)를 늘리는데 그쳤고, CJ푸드빌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1280개에서 1275개로 오히려 5개(0.4%)가 줄었다. 중기적합업종에 규제를 받는다는 건 기업으로선 치명적인 위기로 작용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세제혜택도 많다. 정책지원 자금, 기술개발지원금, 공영홈쇼핑몰 입점권 등 중소기업 진흥을 위한 이러한 혜택들은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사라진다.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경계에 있는 기업들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정체하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맞기는 한데

더본코리아는 현행법(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상 중소기업이 맞다. 관련법은 최근 3년 간 평균 매출이 음식점업의 경우 400억, 도·소매업은 1000억원 이상이 돼야 대기업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더본코리아의 3년 간 평균 매출액은 980억원이다. 음식점업이라면 당연히 대기업에 속하겠지만 도·소매업으로 분류돼 간신히 대기업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관련법은 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을 분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식자재 납품 비중이 높아 도·소매업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요 식자재 납품처를 고려할 때 음식점업으로 분류해 대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세상인들 역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더본코리아의 식자재(음식소스 등) 도·소매는 백씨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식당 사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본코리아는 음식점업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역시 “백종원 식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는 몰라도 골목상권 보호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중소기업청은 정치권과 영세상인들을 중심으로 더본코리아의 중소기업 분류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성현 중소기업청 정책총괄과 사무관은 이에 대해 “한 회사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산업을 기준으로 업종을 지정하는데 더본코리아 매출의 80%는 도·소매업에서 발생한다”며 “더본코리아는 현재 중소기업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소기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 중소기업 형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세상인 ‘부글부글’

더본코리아의 사세 확장은 주변 영세상인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가 지난 2월 공개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의 3년 내 폐업률은 호프집(37%), 커피전문점(36%)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빽다방’의 확장은 눈여겨 볼만하다. 일반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폐업률이 36%에 달하는데도 빽다방의 점포 수는 지난 한해에만 390개나 늘며 세를 확장했다. 빽다방의 인기에 힘입어 수요가 몰렸고 대신 일반 영세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은 폐업했다는 해석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뒤에서는 거대 자본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장악하면서 방송에 나와 친절한 모습으로 위장해 인기를 끄는 행태는 바람직한 기업가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며 “백씨의 방송 출연이 일종의 간접광고처럼 작용해 부당한 경쟁을 벌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더본코리아는 정치권과 골목상권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또 상생을 위한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정욱 더본코리아 본부장은 “본사 점포의 90% 이상은 대기업 출자 제한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면서 “대기업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큰 손해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중소기업에 남아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역시 골목상권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는데 공감하고 있고, 영업 노하우와 음식비법을 전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기업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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