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1월 귀국' 발언, 대권의지…'외교' 강점 현실정치 경험 약점
文, 대세론 '양날의 검'…호남 민심 회복·야권 분열 극복 숙제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잠재적 대선 주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각종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반 사무총장의 대항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한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문 전 대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이에 따라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이 반기문 VS 문재인의 양자대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측 모두 장점과 약점이 명확하다. 이들을 겨냥한 여야 잠룡들의 칼날도 매섭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들 중 누가 대선 상수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의 집중 구애와 관심을 애써 외면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임기 후 행보를 밝혀, 대선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끝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사무국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 1일에 귀국하겠다. 잠도 자고 휴식도 취하다보면 중순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 후 3당 원내대표는 반 사무총장의 내년 1월 귀국 발언에 대해 각각 다른 입장을 내비쳤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금의환향을 기대한다"며 반기문 띄우기에 나설 뿐 대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방미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인상이 강했다"고 언급했다. 박지원 국민원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 빨리 귀국해 활동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대선 시계 빨라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지지율 1위를 구가하고 있는 반 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경우 정치권의 대선 시계는 한층 앞당겨 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나설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신분으로 한국인 최초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그가 새누리당 대권 후보로 국내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명분이 필요하다. '당을 위해 공헌 한 것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당내 비박 진영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조기에 대권 행보에 뛰어들 경우 장기간의 집중 견제와 검증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도 뒤따른다.

반 총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그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도 팽배해지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초반 지지율 1위 후보의 실패사례를 들며 “박찬종 후보는 서울시장도, 대통령도 몇 번했어야 했다”며 “이회창 후보는 9년 10개월 1등을 했지만 마지막 한 달, 한 달을 잘 못해서 DJ와 노무현이 당선됐다”고 지적했다.

김무성계로 불리는 강석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1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너무 치켜올리면 우리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이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대권 주자로서 반 총장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교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대통령', '세계 최고 외교관'이라는 별칭을 가진 유엔 사무총장을 10년 간 역임한 만큼 외교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강점을 갖고 있다는 데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을 정도다.
특히 북한이 잇따라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대북 관계가 냉랭하고,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정세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외교전 수장으로서는 제격이라는 평가다.

충청권 출신으로 지역 통합을 내세울 수 있는 ‘충청 대망론’에 부합한다는 점도 반 총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영호남 동서갈등에서 한발 비켜 서 있고 보수정부와 진보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경험한 것도 장점이다.

반면 내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내공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세론…대항마 즐비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대선 후보는 문재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권 후보 중 대세론의 한복판에 서 있다.

문 전 대표에게 내년 대선은 두 번째 도전이다. 2015년 당 대표를 역임하고 올해 4월 총선 승리를 주도함으로써 당의 최고 실권자로 자리 매김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친문재인계 지도부를 출범시킨 뒤 일찌감치 대선 재도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야권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지만, 아직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넘어서기엔 벅찬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은 19대 대선 판도에서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야권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국민의당도 “호남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더민주 대통령 후보로 거의 확정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더민주를 ‘문재인당’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김부겸·박원순·손학규·안희정·이재명(가나다 순) 등의 잠룡들이 대선 후보 경선까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들은 역전극을 통해 문 전 대표를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먼저 안희정 충남지사는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당내 친노들의 마음을 돌릴 기회를 보고 있다.
한때 차기 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며 두 번이나 대권 필수코스인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여전히 다크호스다.

최근 지지율은 하락과 정체를 반복하지만 여전히 당내에서 문재인 대항마로는 박 시장이 먼저 꼽힌다.

또 김부겸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틈새를 파고들고 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란 강점을 안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밖에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도 관심사다. 당내에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지 다른 후보들과 함께 당을 이탈해 제3지대로 갈지 주목된다.

호남 민심 극복 과제

문 전 대표 앞에 놓여진 과제는 호남 민심을 돌려놓는 것이다. 총선 때 ‘호남민심을 얻지 못하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바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 또 ‘호남의 90%는 지지해 줄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지역 주민들에게 원성을 샀다. 호남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집토끼인 진보 성향 유권자로부터 산토끼인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까지 지지층을 확대하는 것 역시 과제다. 앞으로 문 전 대표는 각종 현안에 대응하는 야권 지도자로서의 선명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수진영의 거부감을 사지 않는 등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문 전 대표 측의 대응책은 민생 집중이다. ‘이념 측면의 진보와 보수를 넘어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층을 확대하겠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와 야권후보 단일화를 하고도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특히 당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고 이는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야권후보 단일화는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11일 광주에서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정권이 바뀌어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간절함을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다 보면 통합이든 단일화든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단일화 불가 방침을 이미 밝혔다. 이 때문에 단일화를 둘러싼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기싸움은 내년 대선국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춘 더민주 의원은 “야권 후보단일화 안되면 역사에 죄 짓는 일”이라며 안 전 대표를 겨냥 단일화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 안철수 전 대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양극단 세력으로 규정하며 문 전 대표를 향해 “지난 대선 패배가 큰 죄 아니냐”며 맞불을 놓고 있다.

단일화를 놓고 벌이는 두 유력 주자의 숙명적 대결은 이번 19대 대선 판도를 흔들 ‘상수’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지느냐 3자구도로 선명성 경쟁이 치러질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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