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옥시의 안일한 리콜 정책이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옥시는 지난 5월 ‘옥시싹싹 에어컨 세정제(청소당번)’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 전량 리콜(회수) 조치에 착수했다. 하지만 오픈마켓과 지역 마트 등에서 관련 제품이 여전히 판매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오픈마켓 등은 옥시측으로부터 리콜 등에 대해 아무런 요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옥시측은 해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22일 본지가 서울 중구와 서대문구, 용산구 일대 마트와 오픈마켓 등을 조사한 결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이른바 대형마트를 제외한 군소 점포와 오픈마켓에서 리콜 대상인 ‘옥시싹싹 에어컨 세정제’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마트 용산역 지점 생활용품 담당자는 “불매 운동 등이 벌어진 후 전량 회수 조치 됐다”며 “아직 타사의 대체품이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 세정제가 아예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도 “지난 6월 15일과 17일 사이에 옥시의 모든 제품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대형마트를 제외하고 서민들이 자주 찾는 동네 슈퍼와 마트는 무풍지대였다. 

충정로 소재 5군데 점포 중 모두 2곳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해당 지역 H마트 점장 김모(남/47세)씨는 “옥시싹싹 에어컨 세정제 리콜은 처음 들어 본다”며 “위험한 줄 알았다면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F마트 점주 김모(남/50대)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뉴스도 잘 안 본다”며 “아무도 리콜에 대한 얘기를 안 해주니 알 턱이 있냐”고 항변했다. 옥시의 리콜 의지가 영세업체에까지는 전혀 미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옥시는 지난 5월 30일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A(여/30세)씨가 ‘옥시싹싹 에어컨 세정제’로 청소를 하던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화상을 입자, 치료비 전액 보상과 함께 제품 리콜을 단행했다.

옥시 측은 해당 제품에 함유된 LP가스가 정전기가 발생하며 폭발을 야기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또 ‘에어컨 가동 중 사용 시 정전기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표기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했다.

오픈마켓 무방비

온라인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포털 사이트 N사에서 ‘옥시 에어컨’이라고 검색하면 약 60군데의 판매자(오픈마켓)가 검색됐다. 

개당 최저 4300원에서 최고 9300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판매가 됐으며 심지어 묶음 배송에 할인까지 더해 위험한 물건이 상술까지 더해 팔리고 있었다. 

더구나 60여 군데 업체 중에는 11번가, 인터파크 등 유명 오픈마켓에 입점한 업체도 있었다. 

옥시가 개별 업체에 일일이 리콜 사실을 알리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리콜 의지가 있었다면 대형 오픈마켓에는 얼마든지 이를 알려 판매 중지를 요청 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오픈마켓을 통해 옥시의 에어컨 세정제를 판매하고 있는 이모(여/나이 미상)씨는 “옥시싹싹 에어컨 세정제가 리콜 제품이란 걸 몰랐고 옥시 측으로부터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위험한 물건이라면 앞으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반성의 의지를 보였다. 

또 다른 판매업자 오모(남/나이미상)씨는 제품에 대한 질문에 “제품이 잘 판매된다”고 말했다가 옥시에 관해 캐묻자 의심이 들었는지 돌연 “제품이 품절됐다”며 성급히 전화를 끊었다.

익명을 요구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현재 옥시 관련 검색어를 제한하고, 광고도 내린 상태”라며 “옥시 제품 판매 여부를 다시 확인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옥시측으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리콜 정보 밝혀라 ”

옥시의 태도도 문제다. 본지가 옥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해 나섰지만 관계자는 “알아보고 다시 연락주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그 어떤 답변이나 회신도 주지 않았다. 

또 기존에 옥시의 임원 등이 사용하던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미 결번이거나 전화번호를 바꾼 상태였다. 

사태가 심각할수록 더 소통하고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피하고 외면하려고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옥시는 2014년에도 방향제인 ‘에어윅 전기식 방향제 릴랙싱 라벤더’에서 기준치(용량의 0.2%)를 초과하는 0.28%의 ‘메틸알코올’이 검출돼 회수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6개월간 단 40%만 회수해, 아예 회수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옥시는 욕실 세정제 ‘이지오프 뱅’의 라벨 잉크가 녹아내리는 결함에 환불 조치 및 주의사항 문구 삽입에 그쳐 고객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옥시의 안일한 대처와 소비자를 우롱하는 태도에 환경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옥시는 애초에 한국에 들어오면 안 되는 기업이었다”며 “우리나라는 안전에 대해 높은 진입 규정을 가진 것도 아니고 잘못에 대한 처벌 규정도 약한 것이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리콜을 할 때는 판매 현황, 재고, 회수율 등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기본인데 옥시는 아무것도 밝힌 것이 없다”라고 옥시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