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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천막촌 현장의 비밀…거리로 나온 ‘을’의 외침 “대화를 하고 싶다”
  • 신상언 기자
  • 승인 2016.08.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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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대한민국이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로 신음하던 지난 10일 정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9호선) 2번 출구 앞을 찾았다. 기록적인 폭염은 이날도 마찬가지. 한낮 기온은 32도, 체감온도는 37도에 달했다. 

지하철 출구를 나서면 증권가를 수놓는 넥타이부대 대신, 각양각색 텐트와 현수막이 즐비한 천막촌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조선업 노조연대,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등 전국에서 각기 다른 사연으로 모인 그들이 천막촌의 주인이다. 

이들은 억울함을 해결해줄 사람도, 하소연할 곳도 없어 국회와 가까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천막촌 끝자락에 위치한 파란천막. “노동자 책임전가,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이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이곳에서 조선업 노조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좁은 입구 안쪽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소속 옥경동(남/48세)씨와 방황제(남/37세)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옥씨는 “금속노조와 해운업계 8개사 등 총 9개 노조단체가 1주일마다 차례로 24시간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면서 “벌써 3달이 지났다. 현직이기 때문에 거제에서 근무하다 농성 차례가 돼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릴레이 농성은 조선•해운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강도 구조조정과 연관이 있다. 2014년말부터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약 2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었다.

위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조조정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옥씨는 이에 대해 “해고당한 사람들의 고통과 회사의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해고를 개선하고자 노조원으로서 투쟁에 나섰다”고 밝혔다.

24시간 릴레이 농성은 체력과의 싸움이지만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또 교통비와 식비 등 금전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고충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투쟁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에 힘을 내고 있다.

방씨는 “너무 더워 잠이 오질 않는다. 새벽 6시면 눈이 떠지고, 새벽 1시는 돼야 잠을 잘 수 있다”면서 “씻는 건 인근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해결하고, 끼니는 라면과 김밥 등으로 대충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가까이 투쟁이 계속되면서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힘을 내고 있다”면서 “국회쪽에서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과 관련, 토론회를 열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바람처럼 대화 창구 등이 개설돼 일방적 구조조정이 중단될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대화에 나서야 할 사측이 이들의 농성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릴레이 농성이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이미 끝난 것으로 안다”며 무관심한 태도를 드러냈다.

공무원까지 거리로…

조선업 노조연대와 멀지 않은 곳에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에서 설치한 흰색 텐트가 위치해 있다. 

그곳을 외로이 지키던 대외협력실장 여재율(남/54)씨를 만났다. 그는 2004년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때 해고당한 노동자로 10년여 째 노조 소속으로 각종 투쟁에 참여해왔다.

이들은 24시간 농성이 아니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투쟁을 이어가고 잠이나 휴식은 집에서 취한다. 

대신 하루 3번, 각 1시간 30분씩 2인1조로 국회의사당 정문에 나가 피켓 시위를 동반한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성과급제를 강력히 비판했다. 

성과급제란 정부가 노사관계 재편의 핵심 과제로서 임금체계 개편, 저성과자 퇴출을 통한 고용유연성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는 성과급제의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씨는 “8월 30일 국회토론회 일정이 잡혀 있다”며 투쟁 성과를 설명했다. 이어 “폭염 때문에 지칠 수밖에 없지만 더위보다 더 힘든 투쟁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진 후 피켓을 들고 한낮의 뙤약볕으로 향했다.

시민의 시선…각양각색

천막촌 주변은 수많은 시민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곳이다. 무심한 듯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자신을 30대라고 밝힌 안모(남)씨는 “보기 안 좋다. 길을 막아서서 설명하는 것도 불쾌하다. 솔직히 투쟁 내용에 관심이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천모(남/28세)씨는 우호적이다. 그는 “여름에 텐트 안이 얼마나 더울지 걱정 된다”면서 “그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막 농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에 소속돼 있다는 40대 최모(남)씨는 “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천막촌을 관심 있게 바라보던 50대 유모(남)씨는 “모든 사람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목소리를 낼 자유 또한 있는 것 아니냐”며 “공감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천막촌 사람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천막촌을 형성한 이들은 관할 경찰과 구청 등에 시위 집회 신고를 해 시설물 점유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천막촌 위치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신고할 경우, 철거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천막촌 거리 부지는 KB국민은행 소유”라면서 “은행측에서 신고하지 않는 이상 철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신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우려해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천막촌 쪽 건물에는 IT부서가 집중돼 있다. 직원들이 적응이 돼서 그런지 민원이나 건의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가 신고를 하면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집단 반발 등이 있을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신고를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상언 기자  unshin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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