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5석 중 4석 친박계 약진…비박계 돌파구 마련 '시계제로'

신임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이정현(58세/ 3선/ 전남 순천) 새누리당 의원이 호남 출신 첫 보수정당 수장으로 선출됐다. 또 최고위원 5석 중 4석을 친박계가 차지하는 등 전대 압승으로 친박계가 지도부를 장악하게 됐다.

이로써 새 지도부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돼 집권 말기 당·청 관계가 원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친박계는 20대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더욱이 전신인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주자유당 등을 포함해 영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사에서 호남 출신 대표가 선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때문에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이번 전대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비박계가 당 운영에 제동을 걸 경우, 변화와 혁신을 포기했다는 비판과 계파 간 갈등, 여야 간 충돌 양상 심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당·청 관계 회복에 초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신임 대표의 향후 향보는 1년 6개월 남은 박근혜 정부와의 긴말한 호흡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대표는 10일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차기 대선도 중요하지만 예정된 정치 일정 가운데 하나"라며 "지금은 이 정권에서 민생과 경제와 안보를 포함한 시급한 국정 현안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모든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발언을 종합하면 원활한 당·청 관계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정현 신임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당원 및 대의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한 결과, 총 4만4421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비박계 단일주자인 주호영 후보는 3만1946표로 2위를 차지했고, 이주영 후보 2만1614표로 3위, 한선교 후보는 1만757표로 4위를 기록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박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조원진, 이장우 후보가 당선됐고, 여성 몫 최고위원에도 친박계 최연혜 후보가 비박계 이은재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번 전대에서 신설된 청년 몫 최고위원의 경우에도 친박계 유창수 후보(6,816표)가 비박계 이부형 후보(5,655표)를 꺾고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비박계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강석호 의원만이 유일하게 지도부에 입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 이정현 당대표 후보등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들과 악수하고 있다.

계파갈등 해소 숙제

이 대표는 이날 전대에서 정견발표를 하면서도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 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고 박 대통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신이 있었다는 점을 늘 강조해온 이 대표가 총선 참패 후 당내에서 '수평적 당청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청와대에 할말을 하는 당 대표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부분 인 것.

이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국정운영 방향과 추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의미 등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며 "당연히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공동운명체로서 그런 일들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야당과 소통을 하기에는 정국 상황을 관통하는 현안이 간단치 않고 집권여당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칫 집권 후반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딜레마도 자리잡고 있다.  
여야는 총선 이후 '협치'를 내걸며 순항하는 듯 했으나, 최근 '사드 국면'을 지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이 곧바로 맞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제어 할 여지가 없는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 경선 경쟁자였던 이주영 의원, 주호영 의원, 한선교 의원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당내 고질병으로 불리는 계파갈등 해소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오더투표' 논란이 한창일 당시 비박계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은 라이오 인터뷰에서 "비박에서 누구를 찍으면 좋겠다는 것은 호소이고 개혁 동참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사실 친박계의 전횡이나 계파 횡포에 대해 지난 4·13 총선이 심판한 것 아니냐"며 "이제 당을 좀 혁신하자 이런 사람들의 의견이 모인 것을 비박이라고 한다"며 친박계를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TV 토론과정에서도 양 계파간 앙금은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친박계 최연혜 후보는 비박계 강석호 후보에게 "전대가 화합과 축제의 장이 돼야 하는데 합동연설회 때마다 정병국, 주호영 후보가 참패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며 계파 갈등 논란이 더 불거지고 있다"며 "총체적 책임은 조직의 수장이 져야 한다"고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자 강석호 후보는 "총체적 책임은 수장이 져야 하는게 맞다. 그러나 수장에 대해 막말을 하고 질서를 무너뜨리고 룰을 어겨가면서 하는 것은 그 조직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화합할 것은 화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록 이번 전대에서 비박계가 맥없이 무너졌지만 이대로 쉽사리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친박계가 전위에 나서면 정권재창출에 무조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이 비박계의 판단인 가운데 비박계는 조만간 전열을 정비해 대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비박계를 이정현 당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히 당권은 쥐었지만 여전히 친박계를 대표하는 인물,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이 친박계의 아킬레스건이다. 대오를 끝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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