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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쪽방촌 삶의 현장…폭염에 신음 “여름이 무섭다”
  • 허홍국 기자
  • 승인 2016.08.0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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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지친 김모씨가 TV를 시청하며 더위를 쫓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주택…“숨쉬기도 힘들다”

여름나기 물품ㆍ기초생활비 인상 등 도움 절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쪽방촌은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 하루하루 버티며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종착역 같은 곳이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주택에 몸 하나 겨우 누울 6.6㎡(2평) 남짓 공간이 전부다.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화재와 붕괴가 아니다. 숨 쉬기 조차 힘든 여름 폭염이 공포의 대상이다. 

“무더위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어제는 너무 더워서 술기운을 빌려 겨우 잠을 청했습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모(65세ㆍ남)씨는 연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푸념 섞인 말을 토해냈다.

영등포 쪽방촌 골목길은 지나는 사람 하나없이 한산하기만 했다.

32℃가 넘는 불볕더위.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영등포 쪽방촌 입구는 고요했다.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더위를 피하려는 듯 병원 건물 그늘에 몸을 기댄 노인 몇 명이 지친 눈빛으로 기자를 반길 뿐이다.

골목길 입구에 있는 쪽방에 들어갔다. 2평 남짓한 방은 낮인데도 깜깜했다. 창문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건물과 건물의 간격이 너무 좁아 환기가 전혀 되질 않는다. 외부 온도와는 겨우 2~3℃ 정도 차이가 날 뿐이다.

선풍기 한 대가 연신 돌고 있지만 더운 열기만 뿜어냈다. 이 방에 거주하는 50대 김모(남)씨는 “더위를 조금이라는 피해볼 요량으로 창문을 닫고, 불을 꺼 놨다”고 심드렁하게 말한 후 TV로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말할 힘이 없으니 볼일 봤으며 어서 나가라는 인상이다.

쪽방촌 중층계단은 낙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열악한 환경, 사고 위험↑

김모씨와의 짧은 인터뷰를 뒤로 하고, 쪽방촌을 자세히 살폈다. 2층 건물 여러 동이 밀집해 있다. 총 540가구. 현재 거주민은 540명이 넘는다. 이중 약 1백명은 장애인이다.

한 건물 1층에 들어섰다. 쪽방 7~8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쪽방 한쪽에 자리 잡은 세면시설은 한 눈에 봐도 궁색하다. 수도꼭지 하나와 세숫대야가 전부다. 또 쭈그리고 앉아야 하는 구조다. 연로한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씻는 것 자체가 고역을 것 같다. 더욱이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 상당히 열악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다. 난간도 없다. 노인과 장애인의 경우, 넘어질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화장실은 건물밖에 있다. 540가구가 총 3군데의 화장실을 공동으로 이용한다.

기자와 동행했던 조성권 서울 영등포구청 사회복지과 팀장은 “예산 등의 문제로 시설보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토마스의 집은 쪽방촌 주민들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공간이다.

“더위에 밥도 버겁다”

또 다른 건물에 들어서자 1층 맨 안쪽 쪽방에서 연신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더위를 쫓는 주민이 있었다. 영등포 쪽방촌 30년 터줏대감 정만순(85세ㆍ남)씨의 방이다. 전직 군인인 그는 부인을 암으로 떠나보냈다. 자식들과도 생이별을 한 후 쪽방촌으로 들어왔다. 사연 많은 그의 방 역시 습하고 더웠다. 선풍기는 있으나마나다.

그는 “요즘 열대야 현상 때문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한증막이 따로 없다”면서 “오늘은 더위 때문에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잠이라도 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씨의 경우처럼 더위 때문에 쪽방에서는 도저히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쪽방에는 별도의 취사시설이 없다. 2평 남짓 한 방안에서 휴대용 버너를 놓고, 라면을 끓여 먹거나 즉석밥을 데워 먹는 수준이다. 찜통더위를 이겨내며 좁은 공간에서 화기를 다룬다는 것은 젊은 기자에게도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더위에 항복을 선언하고, 인근에 위치한 노숙인 자활센터 ‘토마스의 집’에서 점심을, 쪽방촌 상담소 역할을 하는 ‘광야교회’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이 고가도로 그늘 밑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피폐한 ‘56만원’의 삶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다.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기초생활지원비 56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폐지를 줍거나, 공공근로 등에 나서기도 하지만 노쇠한 몸을 써주는 곳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사업 실패 후 쪽방촌에 들어온 김진홍(72세ㆍ남)씨는 올해로 25년째 기약 없는 쪽방촌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기초생활지원비로는 의식주 해결이 어렵다”면서 “월세 22만원을 내면 손에 쥔 34만원으로 식비와 병원비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폐지를 줍거나, 공공근로에 나가보기도 하지만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정부가 기초생활지원비를 인상해 주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은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도움의 손길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김형옥 영등포쪽방상담소장은 “기업의 후원금이 최근 들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대기업에서 지원금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은 점점 늘어나는데 쪽방상담소 직원은 그대로다. 서울시에서 직원 증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쪽방촌 주민을 위한 사람방인 쉼터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허홍국 기자  skyh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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