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에 ‘희망퇴직’ 강요, 내쫓고 복직하자마자 ‘보복’
근로감독기관에 진정 넣자 뒤늦게 비인격적 근무 중단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갑질’이 끝이 없다. 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신안그룹 계열사 휴스틸이 또 다른 ‘갑질’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업체는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다시 출근하자마자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게 하는 보복성 인사 조치로 비난을 자초했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질타와 경종에도 복직자에 대해 인격 모독을 감행한 휴스틸의 행태를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철강업체 휴스틸이 부당해고 판정 후 복직한 근로자에게 화장실 앞 근무를 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복직한 근로자에게 합당한 업무를 배정하기는 커녕 인격적으로 망신을 주고 스스로 회사에서 나가게 하려는 ‘갑질’을 자행한 것. 두산모트롤의 ‘벽면 근무’에 이어 신기원을 연 새로운 형태의 ‘근로 갑질’이다.

30일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철강업체 휴스틸이 부당해고 근로자에게 도 넘은 ‘갑질’로 근로감독기관으로부터 특별근로감독을 받는다. 휴스틸은 중노위가 지난달 22일 부당해고 근로자 3명에 대해 복직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업무를 제대로 맡기지 않고 화장실 앞에 배치된 책상에서 근무를 시켰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희망퇴직 명분으로 내쫓긴 직원이었다. 휴스틸은 지난해 희망퇴직 명목으로 직원 87명에게 사직원을 제출받았고 이 중 10명의 사직원을 수리해 회사를 떠나게 했다.

실직한 10명 직원 중 3명은 “명목상 희망퇴직이었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에게 사직원 제출을 강요한 부당 해고였다”고 주장하며 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중노위가 복직 결정을 내렸음에도 휴스틸은 이들에게 업무를 제대로 맡기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난달 29일 회사로 돌아온 3명을 화장실 앞에 배치된 책상에서 근무케 했다. 회사 측은 이들이 근로감독기관에 진정을 넣고서야 화장실 앞 근무를 중단했다.

휴스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달 29일 화장실 앞 근무를 시킨 것은 맞다”면서 “복직한 이들이 개인정보 및 업무비밀유지 동의서 서명을 거부하고 성실하게 일 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취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부당 근로행위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휴스틸은 사건이 불거진 후 복직자 3명에 대해 인사총무팀 등 인사발령을 냈다. 이들 중 1명은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회사 회의실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근로감독기관 “엄정하게 조치할 것”

고용부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기업과 기업을 대표하는 오너들의 ‘갑질’ 행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비인격적 갑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노명종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엄정하게 관리감독해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안그룹은 계열사의 갑질 논란과 오너 부재가 겹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박석순 신안그룹 회장은 대출알선 명목으로 4억여원을 수수하고, 증거 위조를 교사한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더욱이 수감 중 마카오에서 수억원대의 상습 도박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징역 10월을 추가로 선고 받기도 했다.

기업, 그리고 오너의 끊이지 않는 ‘갑질’ 행태

기업과 기업 오너의 ‘갑질’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대표적인 기업과 기업 오너는 두산모트롤과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다. 두산모트롤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책상에 앉아 벽만 바라보게 하는 등 ‘면벽 논란’을 일으켜 지난 4월 22일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제재를 받았다.

정 사장은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다 전직 수행 운전사들의 폭로로 ‘갑질’이 알려졌다. 당시 전직 운전사들이 폭로한 A4용지 140장 분량의 수행 매뉴얼에 따르면 모닝콜과 초인종 누르는 시기와 방법, 신문 두는 위치, 차량 안 물품 구비부터 운동복 애벌 빨래법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 할 일들이 황당할 정도로 굉장히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또 정 사장은 ‘모든 교통 법규를 무시하고 달리라’고 수행기사에게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은 ‘갑질 끝판왕’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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