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혼녀 사기사건

혼자 사는 여성 6명 상대로 총 10억원 가로채
큰 키, 준수한 외모, 뛰어난 언변으로 사기행각

부녀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사기행각을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를 본 여성 모두 누구의 도움 없이 억척스럽게 생활하며 돈을 벌었지만 단 한 번의 잘못된 만남으로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5월 6일 이 같은 범죄를 자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3명을 검거, 이중 김모 씨(52)와 이모 씨(34)를 구속하고 박모 씨(42·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혼자 살고 있는 여성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던 김 씨 일당. 이들은 왜 특정여성을 상대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일까. 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모 김밥 체인점. 이곳을 운영한 강모 씨(45·여)는 지난해 초 평소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이 씨를 만나게 된다. 채팅을 통해 편안한 동생으로 여겼던 이 씨의 만남 제의를 강 씨가 흔쾌히 허락했던 것이다.

짧은 만남, 연인관계로

이혼의 아픔을 겪었던 강 씨. 그녀는 자녀와 함께 살고 있어 흔히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의 전형적인 모델은 아니었다. 강 씨의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이 씨. 그는 강 씨에게 “이제는 결혼해서 새 출발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며 “언제까지 혼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뒤 재혼을 재촉했다.

그는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의 사장님이 있는데 과거 중국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며 상당한 경험을 쌓아 지금은 강남에서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로 상당한 재력가다”며 “주위에서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이 흠으로 남아있는 외로운 사람이다”고 지인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이어 “한 번 만나 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지인과의 또 다른 만남을 제의했다.

이 씨의 이 같은 말을 듣고 만나기로 결정한 강 씨. 그는 이후 이 씨의 주선으로 김 씨를 만났다. “‘킴데이빗 금융컨설팅’ 사장이다”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김 씨. 그는 “I 대학교 조선학과를 졸업한 뒤 D 조선회사에서 근무하다 해외서 펀드매니저 활동을 했다”며 “지금은 논현동에 직원 20명을 둔 조금만 회사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고 자신의 이력을 소개했다.

김 씨는 이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여의도에 661㎡(약 200평)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대기업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주로 기업투자를 하고 있다” 등의 재산과 자신의 업무를 말하며 강 씨의 마음을 자극했다.

사건을 맡은 부산 해운대경찰서 수사과 경제2팀 배재영 형사는 “피의자 김 씨는 180cm의 큰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졌다”며 그의 외모를 밝힌 뒤 “목걸이, 시계, 양복, 구두를 포함해 지니고 있는 소지품 전부가 명품이었고 벤츠500 등 고급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녀 마치 상당한 재력가인 것처럼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배 형사는 또 “그 정도의 외모에 언변까지 뛰어났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에게 환심을 샀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의자의 프로필 역시 전부 거짓말이긴 하지만 어쨌든 범행을 저지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만남이 있은 뒤 이 씨는 강 씨에게 “어떠냐”며 물은 뒤 “몇 번 더 만나보고 한 번 진지하게 사귀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이 씨의 말을 듣고 마음을 잡은 강 씨. 그는 김 씨에게 연락, 또 한 번 만났다. 이렇게 만난 이들의 만남은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이후 김 씨는 강 씨에게 “좋은 곳에 투자할 곳이 있다”며 김 씨에게 투자를 유도했고 이 말을 믿은 강 씨는 투자명목으로 5억1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이 돈을 받은 김 씨는 잠적했고 뒤늦게 사기 당했다는 알게 된 강 씨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피의자 김 씨가 타고 다녔던 차량을 분석 등을 통해 피의자 김 씨를 검거, 이후 김 씨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공범 이 씨와 박 씨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 이들까지 검거하기에 이른다.

사귄 뒤 무조건 투자유도

경찰조사결과 김 씨는 특별한 거주지가 없는 무직자, 이 씨는 대리운전기사, 박 씨는 무속인으로 김 씨의 주도로 이 씨와 박 씨가 김 씨를 소개시켜 주는 역할을 맡기로 공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의 사기 범행제안에 이 씨와 김 씨는 김 씨가 뜯어낸 금액의 5%를 받기로 했던 것.

이들은 지난 2007년 3월부터 최근까지 약 2년 동안 강 씨를 포함해 6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총 10억원 이상의 금액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이혼한 여성이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여성 중에 자영업자 등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여성만을 골라 이 같은 사기행각과 함께 성관계까지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한 경우 다른 여성에게 사기행각을 벌여 가로챈 돈으로 고소를 무마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또한 범행 도중에도 또 다른 여성에게 접근,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양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가로챈 금액은 모두 유흥비에 탕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박 씨가 초범인 점을 감안, 불구속 입건해 수사키로 하는 한편, 이와 유사한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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