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보물찾기 열풍


 

“일본군 보물 묻었다” 20년 동안 잇따른 굴착공사
끝내 찾지 못한 채 재산탕진, 교도소 신세로 전락

보물을 찾는 이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물이 묻혀있다는 잇따른 소문은 이를 노리는 많은 사냥꾼들을 자극시켰고 이는 곧 보물찾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이들의 보물찾기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산지역에서 보물이 묻혀있다는 또 다른 소문이 이들 사냥꾼의 입을 타며 이 지역이 보물탐사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그 동안 말고 많았고 탈도 많았던 보물찾기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엄청난 보물. 전문 사냥꾼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보물찾기 열전을 조명했다.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 4동 일대에 위치한 국유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에 엄청난 양의 보물이 매장돼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이를 찾기 위한 보물 사냥꾼들의 공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에도 계속되는 공사

지름 1m, 깊이 약 20m 정도의 구멍은 이들 사냥꾼의 보물찾기 작업이 그 동안 어느 정도로 뜨겁게 진행됐는지를 쉽게 짐작케 하는 부분. 지난 20년 동안 이곳에서 보물을 찾아 굴착이 이뤄진 것은 총 50여 건.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밤낮 없이 굴착공사를 하느라 이곳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하며 지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 사람들이 보물 타령하면서 몰리기 시작했는데 한 겨울에도 맨손으로 굴착공사를 하는 등 밤낮을 쉬지 않고 땅을 팠다”면서 “그 때는 모두들 당장이라도 금괴를 찾을 것처럼 공사를 시작하던데 실제로 보물을 찾았다는 소문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 역시 “이 지역에 보물이 매장돼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 전부 이제는 이런 소문과 함께 보물을 찾는 공사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어 “무척 오래 진행된 공사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 이에 반해 보물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보물을 찾기 위해 이곳의 발굴공사를 했던 이들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자신들의 패망소식을 듣고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약탈한 보물을 부산 남구의 한 지하요새에 묻어둔 채 달아났다는 소문을 굳게 믿었던 것이다.

그 동안 보물을 찾기 위해 가장 오래 굴착공사를 해왔던 김모 씨(72). 그는 금괴와 금불상 등 중국 국보급 불상과 갖가지 보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이발사를 하며 보물지도를 입수했다는 김 씨. 지난 20년 동안 부산 남구 문현동과 우암동 일대에 수십 개의 구멍을 판 끝에 지하동굴은 발견했지만 끝내 보물을 찾지는 못했다. 그는 결국 전 재산을 보물찾기에 다 쏟고 나서야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지난 2001년에는 이 같은 소문을 들은 정모 씨(45)가 투자자들을 모집해 언더그라운드 스캐너와 지하 투시 레이더 등 첨단 장비를 동원, 보물탐사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는 이로 인해 사기죄로 교도소 신세를 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이렇게 보물을 나선 사람들은 끝내 이를 찾지 못한 채 재산탕진, 법적 처벌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보물찾기 행렬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울의 한 탐사업체가 전문 탐사요원을 꾸려 굴착공사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보물을 찾기 위한 사냥꾼들이 발길이 잇따르고 있는 것. 이에 관할지역을 맡고 있는 부산 남구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달에 10건 정도 보물찾기 관련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에 일반인도 가세

부산 남구청 관계자는 “요즘 살림살이가 어려워서인지 일반인들도 호기심 삼아 돈을 벌고 싶어서 문의를 자주 한다”면서 “최첨단 과학장비를 동원해도 보물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이를 무조건 굴착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 동안 진행됐던 보물탐사와 관련된 공사가 로또 등으로 대박의 꿈을 쫓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며 “경기불황으로 인해 이런 문의가 더욱 자주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잇따른 실패 보여준 보물찾기 실상
관계기관 마찰, 빚만 지고 그만두기도

대박의 꿈을 꾸며 보물을 찾아 나선 이들의 사냥은 예전부터 전국을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항상 안타까운 결말을 연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져버렸다.

최근 부산 남구의 보물탐사와 비슷한 역사와 잇따른 실패를 자랑하고 있는 제주시 아라동의 산천단 곰솔 일대는 가장 대표적이다. 이 일대는 일제시대 일본군 제58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으로 일본이 중국과 만주 등에서 약탈한 대량의 보물이 매장돼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 1983년부터 20년이 넘도록 각종 탐사 장비를 동원한 발굴작업이 다섯 번이나 이뤄졌지만 이를 발굴하는데는 모두 실패했다.

이후 중단됐던 발굴작업은 지난 2007년 (주)금성개발의 도전으로 주위의 관심을 받았지만 역시 실패, 문화재청의 추가 현상변경 신청 불허와 제주시의 원상복구 명령으로 적지 않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아시아 보물탐사단의 한국해양대 일대 보물찾기도 잇따른 실패 가운데 꿋꿋하게 진행된 발굴작업으로 주위의 관심을 받았다. 윤창성 단장이 지난 2003년 필리핀 출신 보물탐사가로부터 해양대가 있는 아치섬 해안 일대에 일본군이 숨겨둔 금괴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발언에 해양대 측은 이들의 발굴작업을 허가해 줬지만 금괴를 찾지는 못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제시대 숨겨둔 금괴를 찾는 일에 몰두한 아시아 보물탐사단은 금정산 동문에서도 보물 발굴을 시도했으나 실패, 보물 찾는데 시간만 낭비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앞서 탐사단은 지난 1998년부터 1년에 1∼2차례 정도 정기적인 금괴탐사를 시도해왔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편, 보물 사냥 경력 9년차인 윤모 씨는 필리핀에서 구한 우리나라 보물지도 17장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며 이를 토대로 보물을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잃고 10억여원의 빚쟁이로 전락, 보물찾기 매진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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