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건의 필체가 고 장자연씨로 판명된 가운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했는지에 대해 경찰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13일 KBS 방송을 통해 공개된 장씨의 고백.

‘장자연 문건’이 지난 13일 KBS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문건에는 온갖 욕설과 구타 속에서도 골프 및 술접대를 해야만 했던 생전 그녀의 괴로운 연예계 생활이 기록돼 있었다. 접대할 상대에게서 잠자리를 강요받고, 자신을 계속 찾아 울었다는 장씨의 고백은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물론 장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름을 적으면 예외 없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데쓰노트’까지 작성할 만큼 그녀가 매우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을 추측하게 한다. 1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측근들은 보고있다. 결국 문건은 장씨의 자살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셈. 문건의 진위여부가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장씨의 전·현 소속사 대표간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건 진위여부로 전·현 소속사 대표간 ‘진실공방’
전 매니저 진술 일부 거짓으로 드러나 후폭풍 예고


일단 문건의 작성자는 고 장자연씨로 확인된 상태다. KBS가 입수한 문건과 유족들이 봉은사에서 전 매니저 유장호씨에게 건네 받아 소각했다는 문건 모두 장씨가 작성한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장씨의 필체를 감정한 결과 동일한 것으로 증명됐다.
현재까지 밝혀진 문건은 총 4장. KBS 취재팀이 지난 13일 유씨의 소속사 사무실 앞에 찾아가 건물 복도에서 100ℓ 분량의 쓰레기봉투에서 발견한 것이다. 유씨의 진술대로라면 문건은 진술서 4장과 장씨가 유씨에게 쓴 편지 3장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3장은 경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 사건을 수사중인 분당경찰서 오지용 형사과장은 “10명 가량의 실명이 거론돼 있다”는 주장을 4일만에 뒤엎고, 지난 19일 “확보하지 못한 문건 3장에 술접대와 성상납을 받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달리했다.

전 매니저 비롯해 7인 고소

경찰은 ‘장자연 리스트’의 사실확인을 전제로 언급을 피하는 대신 문건의 유출 경로에 대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족들 역시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문건이 작성되고 유출했는지 철저한 수사를 부탁했다. 따라서 초점은 다시 문건 최초 보유자였던 유씨에게 모아졌다.
당초 유씨는 원본과 사본을 하나 더 만들어 총 14장을 가지고 있었다. 장씨에게도 사본 하나가 더 있었지만 자살 전 “가족들이 볼까 두려워 버렸다”는 말을 직접 전해들었다고 유씨는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문건은 유씨가 소지했던 14장이 전부인 셈. 하지만 유씨는 지난 12일 봉은사에서 유족들과 함께 “문건을 모두 소각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이 문건 공개를 극구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 소각된 문건이 KBS 방송을 통해 버젓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새국면을 맞게 됐다.
경찰 조사 결과 KBS 취재팀의 문건 입수 과정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가지고 있던 모든 문건을 없앴다”는 유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경찰은 그동안 유족들과 함께 문서를 모두 소각했다는 유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문건의 사본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높아졌다.
물론 제3자를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장씨가 처분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명예훼손 혐의로 유씨를 비롯해 관계자 7인을 고소했다. 처음부터 유씨가 의심스러웠다는 것.
당초 유씨는 “자연이의 죽음을 입증할 문서다. 소속사 김씨를 공격할 유일한 무기”라며 유족들에게 언론 공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씨 스스로도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장씨가 문건을 만든 이유도 곧 밝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로선 장씨가 갈등을 빚었던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끝내기 위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건의 형태상 고인의 심경을 담았다기보다는 다른 용도로 작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장씨는 각 장마다 간인을 찍었다. 이는 소송을 앞두고 내용증명을 보낼 때 사용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장씨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유씨 역시 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유씨가 김씨와의 분쟁에서 장씨를 이용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씨의 경우 문건 자체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문건에 적힌 내용들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 알려진 것처럼 술접대와 성상납, 폭행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씨는 ‘공공의 적’을 운운하며 문건을 근거로 장씨의 죽음에 김씨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서에 ‘입김’ 가능성 높아

이에 따라 장씨가 문서를 자발적으로 썼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씨는 자신의 소속사 사무실에 장씨가 찾아와 직접 작성했다고 몇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하지만 장씨의 측근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와 지장 및 사인을 함께 적은 점으로 미뤄 장씨가 주위의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경찰은 유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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