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팀 24시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고뫄스 빌딩.

기자 1층부터 굳게 잠겨 있는 조사실 계단 입구까지 지키며 취재
특검팀 보안 위해 모든 출입구 봉쇄, 2층 입구는 기자들로 북새통

삼성특검팀이 지난 1월 10일 공식 출범했다. 특검팀은 이틀전인 지난 1월 8일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로부터 4만여 쪽의 방대한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검토를 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준웅 특별검사를 중심으로 최장 105일 동안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 및 관리, 경영권 불법 승계, 정·관계와 법조계 인사들의 로비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1월 22일 현재 13일째를 맞고 있는 특검팀은 삼성이 비자금 구입 의혹을 사고 있는 미술품 압수수색과 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하는 등의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특검팀의 수사와 더불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추운 날씨를 잊게 할 만큼 뜨거웠다. 특검팀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뫄스 빌딩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살펴봤다.

한남대교 남단에 위치한 고뫄스 빌딩. 1층과 2층 주차장 입구를 비롯해 건물 주변은 모두 방송국 중계차량과 취재차량으로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빌딩 근처에도 차량이 주차할 만한 공간은 모두 취재차량이 그 자리에 있었다. 기자들은 1층 주차장에 있는 엘리베이터 입구와 2층 입구에서 소위 ‘뻗치기’를 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든 입구에서 뻗치기

특검팀은 이 빌딩의 7∼9층을 조사실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 인근 창고에 보관된 수천 점의 미술품을 압수 수색하는 작업을 이틀째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압수 수색은 비자금으로 구입한 일부 미술품이 에버랜드 내 창고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검팀은 지난 1월 21일 삼성화재 부설 맹인안내견 학교 뒤에 있는 창고 9개 동 가운데 축사로 쓰이는 3개 동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동과 인근 교통박물관 건물 창고를 함께 수색했다. 그 결과 미술품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발견된 많은 미술품 중에서 언론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행복한 눈물과 베들레헴 병원. 두 작품을 포함해 고가의 미술품 30여점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이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삼성의 비자금으로 지난 2002∼2003년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을 통해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작품들이다.

특검팀은 첫날 미술품이 발견됐다고 밝혔으면서도 이 두 작품을 포함해 고가의 미술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이날 6층 기자실에서 특검팀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 현장에 있는 기자들과 연락을 시도하며 현장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문제의 미술품이 발견됐느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7∼9층은 계단 입구가 봉쇄됐고 엘리베이터만을 이용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도 기자들은 각 층의 굳게 잠긴 입구 앞에서 뻗치기를 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이 건물 모든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8층 조사실에 도착하자 투명한 유리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안의 관계자는 손을 저었다. 이 관계자는 굳게 잠긴 유리문처럼 입을 굳게 다물며 그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오후 2시경, 2층 입구에는 많은 기자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순동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과 이형도 삼성전기 고문 겸 부회장이 특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이 때문에 기자들은 이들이 엘리베이터 입구가 완전히 닫힐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말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후 여기저기에서 한 숨 소리만이 들려왔다.

이 사장은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차명계좌를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삼성그룹 전ㆍ현직 임직원 가운데 한 명이고 이 고문은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조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오후 4시 20분경, 기자실에서는 용인 에버랜드 미술품 발견과 관련해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매우 단순한 내용이었다. 이번 특검팀의 공보관을 맡은 윤정석 특검보는 “현재 압수 수색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삼성 측의) 협조가 잘 되지 않아 (수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명 작품이 있는지도 현재까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좀 더 확인을 해봐야 될 것 같다”는 특검팀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미술품) 목록이 있어야 의혹이 있는 미술품이 있는지 없는지를 쉽게 파악하는데 그 부분이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자금 의심이 있는 작품이 있는지는 좀 더 확인을 해야 한다”며 “수사팀이 몇 개 작품을 가져온다고 해도 김용철 변호사가 의혹을 제기한 미술품을 다 찾아내기는 힘들다”고 수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여기저기 한 숨 소리만

이에 다수의 기자들은 이 같은 내용의 브리핑에 “어제부터 계속 원론적인 얘기만 한다”며 특검팀의 성의 있는 브리핑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 덧 오후 6시. 건물 입구에는 여전히 기자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층 주차장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난로가 등장했다. 날씨는 점점 추워졌지만 기자들은 난로에 손을 비비며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특검팀은 이날 저녁에도 특검 조사실과 용인 에버랜드에서 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기자들의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특검팀과 기자실에서 수사과정과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의 끊임없는 신경전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증거인멸 시도했다”
민변 참여연대 삼성그룹 검찰에 고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는 지난 1월 22일 특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임직원들과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본부 임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들이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 및 삼성특검 수사와 관련해 삼성그룹 대주주 및 임원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 은닉하거나 이를 교사한 혐의로 고발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고발조치는 이건희, 이재용, 이학수 등의 이름이 들어간 문건들은 내용을 불문하고 모두 없앴다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한 간부의 증언이 있었다는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전에도 지난 1998년 삼성자동차 직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으로부터 증거자료를 빼앗아 파기한 적이 있다. 또 지난 1999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가 ‘공정거래 조사 관련 문제점 및 대응방안’이라는 지침을 통해 내부 자료 폐기를 지시한 적도 있다. 지난 2000년 4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당시 자료은폐를 지시한 문건이 공개된 적도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김인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부사장도 지난 2003년 검찰조사에서 그 존재를 인정한 삼성본관 27층 비밀 금고 등이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은 삼성그룹의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SDI 등에서 벌어진 증거인멸 등의 시도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단발성 위법행위가 아니다”며 “엄중히 수사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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