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조폭 결혼식 경찰 투입 논란


 

▲ 부산지방경찰청에 신설된 폭력조직소탕대

부산청 소탕대, 최근 2차례 연속 100여명 투입해 예식장 주변 순찰
“지나치게 많이 투입된 것”지적에 경찰“가볍게 볼 사안 아니었다”

조폭의 결혼식은 특별한 것인가. 최근 부산지역 조폭들의 잇따른 결혼식에 경찰이 대규모 경찰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과 13일에 치러진 조폭 결혼식장에 관할경찰서 형사 등 100여명을 투입, 예식장에 하객으로 참석코자 찾아온 조폭들과 차량들에 대해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또 예식장 주변을 경계하고 조폭들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는 등 예식장에서 볼 수 없는 경찰들의 모습이 이들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부산청은 올해를‘폭력조직 소탕의 해’로 정하고 조폭들의 범죄추방에 최선을 다 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조폭들의 범죄추방에 집중해야 할 경찰인력을 조폭들이 결혼식을 할 때마다
대거 투입하고 있어 이들이 결혼식을 진행하는 예식장에 경비원을 파견한 것 아니냐는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알아봤다.

부산청은 지난 9일 오전 10시30분 ‘폭력조직소탕대’(이하 소탕대) 발대식을 개최했다. 부산청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조직폭력배를 완전 괴멸하기 위해 부산청장 주관으로 소탕대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조폭 결혼 때마다 100여명 투입

소탕대는 앞으로 조폭들의 관리대상 및 추종폭력배들의 계보, 자금출처 등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해 이들의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모든 폭력사건에 대해 조폭 개입의 여부를 판단,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이렇게 신설된 소탕대는 3일만에 조폭들이 있는 현장으로 출동한다.

경찰은 지난 12일 부산시 연제구에 위치한 모 예식장에서 진행된 폭력조직 ‘연산동파’ 행동대원 김모 씨(29)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조폭들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경찰특공대, 폭력조직소탕대, 연제경찰서 형사과 7개 팀 등 100여명이 투입돼 차량 검색 및 예식장 주변을 순찰했다.

이 같은 모습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지난 13일 오후 1시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 모 호텔에서도 폭력조직 ‘장철파’ 행동대원 조모 씨(27)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부산청은 소속 특공대원 20명과 기동대원 60명, 사상경찰서, 북부경찰서 형사 10개팀 등 100여명이 출동해 조폭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예식장을 찾아온 폭력조직원들이 각종 흉기를 차량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조폭들이 타고 온 차량들은 경찰의 검문대상이었다. 또 예식장 주변에서 폭력배들이 도열하며 조직의 세를 과시하는 행위도 감시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결혼식에 참석했고 도열 행위도 하지 않았다.

조폭 결혼식에 대규모 경찰인력을 투입한 것은 소탕대가 신설되기 전에도 있었다. 조직폭력배들의 혈투를 다룬 영화 ‘친구’에서 ‘준석’의 모델로 알려진 폭력조직 ‘칠성파’ 전 행동대장 정모 씨(43). 경찰은 그가 결혼한 지난해 12월 13일에도 역시 100여명을 투입해 결혼식장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최근 부산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조폭 결혼식의 모습이다. 하지만 소탕대는 부산청 1개팀과 각 관할지역 경찰서에 임명된 2명의 전담인력을 포함해 약 4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존 인원의 2배 이상 많은 경찰인력이 조폭 결혼식에 투입된 것이다.

이에 너무 많은 경찰인력이 조폭 결혼식의 경비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므로 지나치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산청 소탕대 고행섭 대장은 “투입되는 인력은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 칠성파 후계자의 결혼식이 있었고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일로 인해서 시민들의 격려전화도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도 조폭들이 집단적으로 모이는 곳이 있으면 사안에 따라 적절한 인원을 투입해 기선제압을 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폭 결혼식에 100여명의 경찰인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지금도 이 같은 소식을 전하는 관련 기사에 경찰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많은 경찰 동원 논란

아이디 eric7800은 ‘다른 것도 아니고 조폭 결혼식에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아이디 ch11707은 ‘국가 세금으로 조폭 결혼식 경비까지 해야하는 한심한 치안상태가 됐다’며 ‘국가 지도자들과 치안 책임자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속이 탄다’는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이에 고 대장은 “조폭들의 결혼식을 방관하거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조폭들의 폭력으로 인해 예식장에서 발생될 수 있는 불상사는 반드시 사전에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또 “최근에 폭력배들의 살인사건도 있어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조폭들의 단속과 관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조폭들의 결혼식에서 경찰이 우려할 만한 수준의 폭력사태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사전 범죄예방이라는 원론적인 차원의 답변만 했을 뿐 적절한 경찰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에 신설된 소탕대는 올해만 운영되고 그치는 일회성 운영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고 대장은 “조폭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조폭들의 범죄근절을 위해 계속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단속 있어 잘 넘어 갈 수 있었다”
부산청 폭력조직소탕대 고행섭 대장

-경찰이 조폭 결혼식에 경비를 섰다는 말에 대해서는.
▲예식장 주변의 경계를 강화하고 조폭들의 행동을 예의 주시해 이들의 사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을 그렇게 보니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조폭들의 결혼식으로 인해 자칫 시민들이 불안해했다. 우리는 시민들을 위해 일하지 조폭들을 위해 경비를 서지는 않는다.

-100여명의 인원투입은 적절하다고 보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조폭이 많다보니 외부에서 지원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폭들이 결혼식에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의 기선제압이 필요했다. 그 정도의 인원투입은 적절하다고 본다.

-동원된 인력이 비슷하다. 미리 그 정도 인원을 투입되는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면 거의 이 정도의 인원이 동원된다고 보면 된다. 우리(소탕대)의 인원으로는 부족해 부산청에서 기동대 1개 중대(약 100명), 특공대 1개 소대(소탕대 인원의 1/10, 약3∼4명) 관할경찰서, 전담팀(10명) 정도가 지원된다.

-특공대까지 동원할 정도였는가.
최근 이곳에서는 연말연시를 맞아 조폭들을 추종하는 폭력배들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앞으로 조폭들의 단속과 관리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인력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그렇게 보진 않는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동안의 조폭 결혼식에서도 경찰의 단속이 있었기에 잘 넘어 갈 수 있었다고 본다.
<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