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집단적으로 사기 당한 내막

3∼4년 전부터 사채업자들 상대로 조직적으로 사기행각 벌여
총 50여명에게 94차례에 걸쳐 3억원 사기, 피해자 계속 늘어나

사채업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돈을 뜯어낸 아줌마 사기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2월 28일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린 뒤 이를 떼어먹은 사기단 17명을 검거, 김모 씨(52) 등 7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가짜 부동산계약서를 담보로 제공하거나 맞보증을 서는 수법으로 사채를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은 혐의다. 사채업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이번 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지난해 4월 부산 북부경찰서는 수십 명의 사채업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들은 모두 폭력혐의로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한 곳에 수감돼 있던 사채업자들. 서로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여성들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들은 사기 당했다는 억울함에 부산청에 사실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채업자 무더기 검거

피의자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바뀐 사채업자들. 경찰은 이들을 조사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부산청 광수대 조직범죄1팀 조현열 형사는 “피해자도 많고 피해액수도 크다”며 “설마 아줌마들에게 (사기를) 당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조사에 들어가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피의자들은 모두 20명. 경찰은 이들 중 김 씨 등 아줌마 16명과 남성 1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이들은 “곧 갚으려고 했는데 맞았다”는 등의 말을 하며 사기를 저지른 혐의에 대해 일체 부인하다가 사채업자들을 불러들여 대면하는 과정에서 혐의를 자백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모두 김 씨에 의해 알게 된 사이로 3∼4년 전부터 사채업자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간단한 심부름만 하면 짭짤한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자신의 사기행각에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피해자 신분으로 바뀌어

지난해 8월 27일에는 부동산중개소 직원인 김모 씨(36)와 함께 고객이 매물로 내놓은 카페 전세계약서를 자신이 전세권자인 것처럼 위조해 부산시 남구에 위치한 모 커피숍에서 사채업자 변모 씨(40)를 만나 이를 담보로 제공해 500만원을 받았다. 돈은 김 씨와 절반씩 나눠 가졌고 이후 빌린 돈은 갚지 않았다.

또 사채를 빌린 뒤 첫 달의 원금과 이자를 제때 지급해 사채업자의 신용을 산 뒤 같은 일당인 조모 씨(33)를 사채업자에게 소개해 자신이 보증을 서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받은 뒤 갚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이런 수법으로 총 50여명의 사채업자들을 상대로 94차례에 걸쳐 3억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피해자와 피해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형사는 “지금도 피해사례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전화문의도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달아난 3명을 검거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피해사례도 계속 밝혀지고 있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인터뷰 / 부산청 광수대 조직범죄1팀 조현열 형사

-사채업자들이 무더기 검거된 경위는.
▲하루를 멀다하고 사채업자에게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상하지만 사채업자들이 채무자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경향이 많지 않은가. 돈은 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 폭력이 있으면 안 된다.

-검거된 사채업자들의 반발은 없었나.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 하나며 항의를 했지만 이럴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사채업자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많아 그렇게 보고 있었다. 그 동안 많은 사건을 맡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사건을 접할 때 어느 한 단면만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범인들 모두 사기전과가 있나.
▲검거된 피의자 모두 비슷한 사기경력의 전과가 있었다. 당연히 모두 구속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들 중 7명만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다. 불구속된 이들은 모두 판사 앞에서는 울면서 난리를 치더니 법원에서 나오니 자기들끼리 웃고 떠든다. 그 중 한 사람은 이거 아니면 못 사니 또 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