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뽑은 ‘2007 드라마틱 사건’ 퍼레이드

대통령 숨겨둔 딸 행세, 간암말기 남편 약값 위해 사기 등 총 17개
대학 교수 사칭해 흑심 품고 있던 내연녀 딸 수 차례 걸쳐 성폭행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듯한 사건들이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26일 ‘2007 검찰 올해의 사건’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드라마틱한 사건들은 총 17개. 사건들의 내용은 당장 시나리오로 각색해도 무방할 정도로 엽기적인 사건부터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는 사건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발생한 많은 사건들 가운데 선정된 사건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사건들의 내용을 소개한다.

내연녀의 딸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불합격한 사실을 안 내연남이 자신을 불합격한 대학의 교수로 사칭, 딸의 합격을 미끼로 내연녀의 딸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이번에 검찰이 인정한 사건으로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피의자 김모 씨(40)는 평소 미모의 내연녀 딸 윤모 씨(18)에게 흑심을 품었는데 지난해 인천 A 대학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소식을 들었다.

내연녀 뿐만 아니라 딸까지

김 씨는 윤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A 대학의 교수라고 사칭한 뒤 자신과 성관계를 하면 합격을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씨가 이를 거절하자 윤 씨의 나체를 보여달라고 다시 말해 윤 씨의 나체를 봤다.

김 씨는 다시 윤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체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다며 이를 인터넷에 유포한다고 협박, 주위의 40∼50대 남자와 관계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고 요구하며 김 씨를 연상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윤 씨는 김 씨에게 성관계를 하자고 말해 김 씨가 윤 씨를 수 차례에 걸쳐 성폭행 사건이다.

간암말기의 남편에게 통증 완화를 위한 약을 구입하기 위해 사기를 친 40대 여성의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웨딩사업 부도로 빚만 늘어난 김 씨(46)는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게 된 20대 남성 A 씨를 유혹해 연인사이로 발전한다. 둘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상태.

김 씨는 딸의 사진을 이용해 자신을 20대로 위장했다. 어느 날 김 씨는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갑자기 스키장에서 사고가 났다며 86만원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가 돈을 송금하자 연락을 두절했고 A 씨의 고소로 구속됐다.

검찰은 김 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적정한 형량으로 기소했다. 이후 김 씨는 더 이상 남편을 볼 수 없었다. 김 씨의 남편은 김 씨가 별건으로 구속되어 재판 받던 도중 사망했다.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는 거짓말로 미화 100만 달러를 가로챈 웃지 못할 사건도 눈에 띤다. 자신이 고 박정희 대통령의 숨겨진 딸로 한국의 고위직 인사들도 잘 아는 것처럼 속여 돈을 뜯어내다가 구속된 사건이다. 피의자는 이렇게 뜯어낸 돈을 전부 도박에 탕진했다.

잘못된 육아상식으로 딸을 숨지게 한 30대 미혼모의 유기치사 사건은 잘못 알고 있는 지식과 맹신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피의자는 주위에서 육류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7개월 된 딸에게 식물성 음식만을 계속 먹여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

재판 중에 남편 사망한 사연

남편이 부인과 내연녀를 동시에 불러 성관계를 한 사건도 잊지 못할 사건으로 남았다. 남편인 A 씨는 부인 B 씨가 내연녀 C 씨와의 관계를 눈치채자 간통죄를 모면할 생각으로 B 씨를 설득시킨 끝에 B 씨와 C 씨를 모텔로 불러들여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C 씨가 A 씨를 폭행과 협박으로 고소해 법의 심판을 받고 말았다.

이밖에도 ▲특수강도 혐의로 검거된 범인이 공범에게 위증을 부탁해 무죄판결을 받다가 다시 재판을 받은 사건 ▲총각행세하며 혼인을 빙자해 돈을 뜯어낸 유부남 사건 ▲변심한 애인의 집에 몰래 침입해 주전자에 청산가리를 탄 사건 ▲가짜 CIA를 속인 가짜 검사 사건

▲자살을 시도하다가 죽지도 못하고 철창에 간 자살소동 사건 ▲사우나에서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 사정까지 시킨 강제 성추행 사건 ▲화장실 비데 절도 사건 ▲도박에 빠진 가정주부 이야기

▲유엔본부 파견된 비밀요원 행세 사건 ▲5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한국판 로빈슨 크루소 가족 이야기 ▲피해자의 한을 풀어준 전주 강제추행 살인사건 등이 잊혀지지 않는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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