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살설'에 황실 술렁


 

마지막 황세손 죽음 의혹
일본 ‘독살설’에 황실 술렁

영욕의 세월을 간직한 대한제국의 황실에 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 7월16일 사망한(일본측 추정 발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터다. 일본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구씨의 사인은 심장마비.
이는 일본측이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대한제국 황족들의 입장은 이와는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숨진 이구씨와 가까운 황족인 이석씨는 “형님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이구씨의 죽음에 대한) 일본측의 대처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는 다른 황족들의 입장과도 같다.

이구씨가 사망한지 약 한달 정도의 시간이 흘렸다. 이미 이씨에 대한 장례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구심은 황족들 사이에 불만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심지어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일각에서도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이씨가 국내로 운구된 지난 7월 20일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큰 의혹은 정확한 사망 원인이다. 일본측이 발표한 이구씨의 사망원인은 심장마비.
하지만 일본측이 일방적으로 전달한 이 부분을 곧이 곧대로 믿는 황족들은 없었다.

독살에 의한 타살인가

이구씨가 숨진 곳은 아카소카에 있는 로얄프린스 호텔 3층 302호다. 이곳은 그의 아버지인 영친왕이 일본으로 유학왔을 때 살던 곳이었다.
종약원측은 “패전 후 조선황족이 떠나면서 일본 정부가 호텔로 바꿨지만 원래는 황족이 살던 곳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망한 이구씨의 모습이었다. 발견 당시 호텔 관계자와 경찰의 보고를 받은 대동종약원 이환의 이사장에 따르면, “화장실 양변기에서 우측 45°기울인 상태로 온 몸이 시커멓게 변한 상태에서 발견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의사인 신동준씨(43)는 “법의학적 소견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사체가 검게 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약물에 의한 사망시 나타나는 반응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7월20일 국내로 운구된 시신을 본 황족들은 더욱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이미 유해가 표백됐고, 내장도 방부제 처리가 돼 온 것이다.
일본 경찰은 이씨의 시신이 발견된지 3일 후인 지난 7월 19일 오전 9시에 부검에 들어갔다. 당시 이씨의 부검에 한국측 황족의 입회는 전혀 없었다. 일본 경찰의 연락을 받은 나시모토 집안(이씨의 외가쪽)만이 부검에 입회했다.
대동종약원은 부검이 끝난 뒤, 표백처리까지 마친 유해를 인도받은 게 전부다.
더욱이 나시모토 집안에서 이씨의 유해를 밀장(비밀 장례)후 화장을 시도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의구심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종친회 일각에서 이씨의 사망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동종약원측 관계자는 “일본 황실과 대한제국 황실간의 이해관계에 얽힌 암투에 황세손께서 희생당한 것 아니냐”는 놀랄만한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황족들이나 일부 학계 및 시민단체가 심적으로 단정만 짓고 있는 독살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말이다.

일본 천황계승문제까지 거론?

익명을 요구한 종약원측 관계자는 “현 아키히토 천황과 돌아가신 황세손의 경우 혈족상 이종 육촌형제가 된다”며 “일본 천황계승문제에도 혈족상으로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현 아키히토 천황의 어머니인 나카코 황후와 이구씨의 어머니인 이방자 여사 (일본명 나시모토 마사코)는 사촌자매 지간이었다. 특히 나카코의 남편인 히로히토 천황이 황태자 시절 그의 부인으로 언급됐던 3인의 여인 중 한명이 이방자 여사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일 양국 황실에 가장 밀접하고도 묘한 위치로 접근해 있던 이가 이구씨였던 것이다.
종약원측 관계자는 “현 일본 황실에 왕세손 중 아들을 본 이들이 하나도 없다”며 “다음번 보위문제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일본 황실의 입장에서 황세손(이구)의 존재는 상당히 껄끄러운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구씨의 외가이자 어머니 이방자 여사의 친정인 나시모토 집안은 일본의 황족 집안으로 일본 황족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집안이다.
즉 나시모토 집안의 후원을 등에 업는다면 다음번 천황으로 대한제국의 황세손이 즉위하는 영화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약원측 관계자는 “현 아키히토 천황의 자손들이 전부 죽는다면 아마도 천황의 자리가 황세손께 올 수도 있을 것이다”며 “황위 계승 서열만 놓고 본다면 10권 이내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이런 주장 역시 이번 사건이 가지는 의혹과 의구심이 커지면서 발생된 일종의 해프닝적 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친왕의 11번째 아들로 가수 황족으로 유명한 이석씨는 “영친왕과 형님이 사망한 나이가 74세로 동일하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에서 같은 나이로 아들이 죽는다는게 상당한 아이러니 아니냐”며 일본측이 관여된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이석씨는 “고종황제, 융희황제에 이어 그의 자손들까지 일본에게 죽임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번 의혹의 해결을 풀어달라”며 정부에 호소했다.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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