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탐문 세대만 1,725곳


 

▲ 사건이 발생 된 안산역

안산 사체유기사건, 내연남이 저지른 치정 살인
장도리로 내려치고 화장실 끌고가 시신 토막내

경기도 안산역 토막시신 유기사건의 중국인 용의자가 지난 2월 2일 사건발생 8일만에 검거됐다. 피해여성이 한국인 정모(33) 씨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수사는 더욱 강화됐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 강력 4팀은 지난 2월 2일 “유력한 용의자인 중국인 손모(남·35) 씨를 1일 오후 11시 30분 경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지하철 4호선 금정역 구내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엽기적인 희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안산역 토막살인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안산단원경찰서 강력 4팀은 불법체류중인 안산역 토막살인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범행 당시 사용했던 쓰레기봉투와 가방을 구입한 상점을 중심으로 안산시 원곡동 일대의 1,725세대를 직접 방문해 탐문수사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30일 범행장소를 발견했다. 또 범행현장 주거지 내 쓰레기통에서 범인이 파손한 피해자의 휴대폰을 수거할 수 있었다. 경찰은 휴대폰에 저장된 50여개의 전화번호를 복원시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관성 여부를 수사하던 중 용의자로 지목된 손 씨와 피해자가 내연관계였던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수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순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는 숨진 정 씨와 과거 사귀었던 다른 중국인 한모(청도 거주·중국동포) 씨가 지난해 5월 강제 출국된 뒤부터 만난 사이였다.

경찰은 정 씨가 한 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해 10월 23일 중국으로 들어갔다가 사건발생 전날인 지난 1월 23일 귀국한 점으로 미뤄 치정에 의한 범행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범인 손 씨의 친구이자 피해자 정 씨의 애인으로 확인된 중국 청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 씨에게 용의자 CCTV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해 범인과 동일인 여부를 확인했고 그 결과, 손 씨와 비슷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시체 8부위 토막

경찰은 피해자 정 씨의 휴대폰을 복구한 후 범인의 휴대폰 번호를 알 수 있었다. 그 후 경찰은 실시간 위치 추적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일 오후 8시 50분 경 동두천 지역에서 범인의 휴대폰 전원이 켜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경찰은 그 즉시 형사대를 급파하여 추적 수사중인 범인의 이동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용의자가 안산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주변 각 전철역에 형사들을 긴급배치 시킨 후 1호선에서 안산행 4호선으로 환승키 위해 군포시 소재 금정역 구내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던 용의자를 검거했다.

검거된 손 씨는 “정 여인과 2년 전부터 내연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라고 자백했다.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1월 24일 오후 10시경, 손 씨가 피해자의 집에 찾아갔을 때 방안에 피해자와 다른 남자가 함께 있었다. 그것을 본 손 씨는 피해자 및 함께 있던 남자와 말다툼을 벌이며 화를 냈다. 이 때 함께 있던 남자는 도망가고, 남은 피해자를 향해 범인 손 씨는 주먹을 휘둘렀다. 또 TV위에 있던 장도리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십 차례 가격해 사망케 했다.

그 후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자 피해자의 신원이 파악 될 수 없도록 시신을 화장실로 끌고가 칼 2자루와 망치를 사용해 사체를 8개 부위로 토막냈다. 사체 8부위는 머리·몸통·양팔·양다리·양손목 등이다.

무지막지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사체들을 나눠 쓰레기봉투, 옷가지 등으로 꽁꽁 묶었다. 그 후 여행용 가방에 담아 피해자 집 옥상에 양다리를 유기하고, 안산역 구내 화장실에 몸통과 양팔이 들어있는 여행용가방을 버렸다. 이어 범행장소로 돌아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머리와 양손이 들어있는 쓰레기 봉투는 인근지역에 묻었다.

뻔뻔한 도주 생활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 한 후 시신을 유기하고, 피해자 소유의 핸드백과 700만원 상당이 예치되어 있는 예금통장 4개에서 현금을 모두 인출하여 도피했다. 범인은 훔친 돈을 도피 자금으로 활용했다.

범인 손 씨는 도주 후 안산을 빠져나가 서울·부산·진주 등지의 여인숙, 사찰 등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검거 당일, 손 씨는 경기도 동두천 주변에서 배회하다 사건현장 주변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심야에 안산으로 잠입하던 중 추적중인 경찰에 잡혔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심층 인터뷰] 토막살인범 검거 ‘일등공신’ 목격자 채병운 역무과장
“‘피 뚝뚝’ 언론표현 과장된 것”

“솔직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정신적 충격 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전철 탑승을 못하게 한 것”

안산전철역 토막 살인 시체 일부가 발견된 당시, 범인으로 지목 된 30대 중반의 남성이 시체가 든 가방을 들고 전철을 타려는 것을 제재한 인물이자 안산역내 화장실에서 여성의 사체가 담긴 여행용 가방을 발견해 신고한 안산전철역 채병운(44) 역무과장을 만나 당시의 심정과 상황 이야기를 상세히 나눴다.

채 과장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가방에서 물이 흘러나오듯이 바닥에 묻어나는 것이 살짝 티가 나는 정도였다”며 “피가 뚝뚝 떨어졌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채 과장과의 일문일답.

-안산전철역에 중국인이 많은가.
▲공단이 많아 중국·동남아·베트남·방글라데시·몽골 등 셀 수 없이 많다.

-범인의 모습이 일반 외국인과 비슷했나.
▲그렇다. 매일 보는 이들과 비슷하게 생겼고, 갖고 있던 가방 역시 여기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가방이다.

-범인이 갖고 있던 큰 여행가방이 흔한가.
▲주말에 안산전철역을 와보면 알겠지만 큰 여행가방·배낭·짐 보따리 등 큰짐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많다. 또 그 짐(가방)들을 안산 전철역 부근에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다.

-왜 짐을 버리고 가는가.
▲우리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버려진 가방을 분실물 인줄 알고 유실물센터에 보관하기 위해 짐을 풀어보면 못 입는 옷가지 등 쓰레기만 수두룩한 경우가 대다수다.

-범인을 왜 따라갔나.
▲어디 행 표를 구입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도 범인을 처음부터 제재하지는 않았다. 다만 너무 큰 가방을 들고있어 개찰구를 통과하기 곤란해 보여 옆 비상문을 열어주려고 불렀다. 그 때 표를 팔던 우리 직원이 범인이 개찰구에서 비상문으로 가방을 옮기는 동안 바닥에 불그스름한 자국이 묻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직원이 나를 불렀다. 그 사이에 범인은 전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고 나는 따라가서 확인했다.

-범인을 전철에 탑승 못하게 한 이유는.
▲처음엔 무슨 일인가 하고 따라 내려갔다. 그 사람이 가방을 끌고 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가서 보니 중국인이었다. 가방 속에 무엇이 있냐고 물었더니 ‘고기’ ‘돼지고기’라고 어설픈 한국말로 대답했다. 몇 분 동안 실랑이를 하다 결국 가방에서 흘러나오는 핏물 때문에 전철 탑승이 안 된다고 설득시켜 끌고 나오다시피 했다.

-범인은 순순히 나왔나.
▲아니다. 내가 혼자 내려갔을 땐 ‘고기’라고만 말하며 끝까지 전철을 타려고 했다. 그 때 남자 직원이 나를 찾아 내려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옆으로 다가오자 우리들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핏물인줄 몰랐나.
▲당연히 몰랐다. 흘러나온 것이 완전히 빨간 피가 아닌 물과 희석 돼서 꼭 ‘도시락 통에서 김치 국물 흘러나오듯’ 세어 나왔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다만 전철 승객에게 피해가 갈까봐 탑승을 못하게 한 것이다.

-알려진 내용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가방에서 물이 흘러나오듯이 바닥에 묻어나는 것이 살짝 티가 나는 정도였다. 색깔 역시 빨간 피가 아닌 붉은 빛이 감도는 물에 많이 희석된 색이었다. 걸레로 바닥을 닦으니 바로 지워졌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는 것은 과장 된 표현이다.

-범인의 말소리는 어땠나.
▲그 때는 솔직히 ‘중국인이 좀 원래 말투가 그러니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알고 나서 생각해보면 큰 소리로 당황해하며 ‘고기’라고 외치고, 전철을 꼭 타려고 했던 것 같다.

-그 때 범인의 가방을 열어봤나.
▲수상하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열어봤다. 열어봤을 때 당시 가방 안에는 안산시 쓰레기봉투로 꽁꽁 묶여진 덩어리 같은 것이 있었고, 쓰레기봉투 안은 분홍색 같은 옷감으로 쌓여있었다. 사실 우리가 경찰도 아니고 가방을 열어 봤으면 된 것이지 그 내용물을 다 뜯어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전철 탑승을 못하게 한 것이다.

-전철을 못 타게 한 후 범인은 어떻게 됐나.
▲우리도 모른다. 우리가 탑승을 못하게 한 후 함께 올라와 돌려보냈다.

-안산 전철역내 화장실에서 가방은 누가 발견했나.
▲이곳은 범죄우발지역이라 직원들과 내가 번갈아 가며 자주 순찰을 돈다. 범인을 돌려보낸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순찰을 돌기 위해 화장실을 갔다. 그 때 남자화장실 장애인 전용 칸에 아까 봤던 가방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번에 알아 봤나.
▲그렇다.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바로 전화기를 들어 경찰서에 신고했다. ‘안산전철역인데 화장실에 이상한 물건이 있다’고…. 사실 경찰에 오기 전에 살짝 열어봤다. 역시나 아까 봤던 내용물과 일치했다. 그래서 경찰을 기다렸다.

-경찰이 와서 가방을 열었나.
▲그렇다. 나는 그때 가방 안을 조금 볼 수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도 사람의 몸이 토막 난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현장에 있던 누구도….

-가방 안에 있는 것을 봤나.
▲경찰이 처음 가방을 열었을 때 바로 옆에 있었다. 이미 가방 안에 쓰레기 봉투까지는 나도 본 것이었다. 경찰이 쓰레기 봉투를 뜯어 안에 옷가지를 살짝 들추는 순간, 모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무엇을 보았나.
▲처음 쓰레기 봉투와 옷가지 안에 있는 부분을 조금 보았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 ‘고기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눈에 띈 것은 사마귀 자국. 순간 정말 나는 경악했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아마 순간 다 느꼈을 것이다. 다 뜯어보지 않은 채로 경찰이 바로 가지고 갔다.

-기분이 어떤가.
▲정말 섬뜩하다. 지금도 생각하면 솔직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문뜩 문뜩 일하다, 집에 가다 생각이 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신적 충격이 크다.

-유일한 목격자 아닌가.
▲유일한 목격자면 뭐하나. 경찰서 불려가서 조사 받고, 확인하고, 취재하자고 여기저기서 밀려오고…. 뭐 여기까지는 좋다. 수사에 도움이 돼서 범인을 잡을 수 있다면…. 그렇지만 사실 피곤한 건 사실이다. 어제(1월 30일)도 밤늦게 까지 경찰서에 다녀왔다.

-피해자 방에서 나온 사진과 그 때 본 범인의 인상착의는.
▲그것을 진술하러 경찰서 다녀왔다. 내가 보기엔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사진 속의 남자 나이가 범인보다 많아 보였다. 또 범인보다 덩치도 좋았다.

-이 사건을 경험하며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
▲평생 살면서 겪기 힘든 일을 겪은 것 같다. 말했지만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또 그 이후 ‘어떻게 모를 수 있냐’ 등 말들이 많지만 당연히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와서 인터뷰 요청을 하는 것도 사실 조금 곤란한 상황임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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