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체질 개선 나선다

국산 항암제 첫 미국 진출…'렉라자'로 글로벌 도약 발판 오픈 이노베이션 결실…넥스트 렉라자 후보 '레시게르셉트'

2025-11-26     조환흠 기자
유한양행 본사. ⓒ유한양행

민주신문=조환흠 기자|유한양행이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따내며 내수 중심의 전통 제약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있다. 이는 회사가 그동안 공들여 온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결실이다.

구체적인 성능도 입증됐다.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 치료제를 함께 쓰는 방식은 기존 글로벌 표준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보다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0%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국산 1호 타이틀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이번 상업화로 얻은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탄탄한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매출 1위 제약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렉라자 이전까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독자 신약은 없었다.

이에 회사는 2015년을 기점으로 자체 역량만으로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바이오텍의 유망 기술을 도입해 공동 개발한 뒤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본격화했다.

해당 전략 수정의 효과는 파이프라인 확대로 나타났다. 유한양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4개 수준이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올해 기준 30개까지 늘어났다. 이 중 절반가량은 외부 회사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얀센·길리어드 등 글로벌 빅파마와 잇따라 대규모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렉라자 역시 이처럼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과 최대 12억50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개발 과정에서는 철저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해 임상을 주도했고,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상업화는 얀센이 전담하는 구조였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글로벌 개발·허가·마케팅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매출 규모에 연동된 두 자릿수대 로열티와 단계별 마일스톤을 확보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렉라자는 외형상 글로벌 시장에서 J&J이 판매하는 혁신 폐암 치료제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빅파마가 역할을 나눈 협업 신약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이후 렉라자의 미국 진출은 그동안 R&D 투자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던 흐름을 되돌리는 신호탄이 됐다. 실제로 FDA 승인 직후인 지난해 3분기 유한양행의 영업이익은 마일스톤 유입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690% 급증한 54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퀀텀점프 수준의 실적 개선이다.

유한양행 폐암신약 ''렉라자'. ⓒ유한양행

업계에서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글로벌 연 매출 50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의 매출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실제 승인 이후 첫 분기부터 글로벌 매출 1억41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확보한 현금을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렉라자의 성공은 유한양행의 매출 구조 역시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내수 의약품과 기술료 위주의 매출에 더해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발생하는 고마진 항암제 로열티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사는 이러한 수익을 통해 '넥스트 렉라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오픈 이노베이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톱 50 제약사 진입'을 목표로 내년까지 최소 2개 이상의 혁신 신약을 추가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위한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면역항암제(YH32367)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 ▲희귀질환 치료제(YH35995) 등을 차세대 주력 후보로 육성 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을 도입해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빅파마를 통해 상업화 부담을 낮추는 가장 효율적인 상생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얻은 이익을 다시 R&D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혁신 신약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넥스트 렉라자로는 최근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를 주목하고 있다"며 "기존 치료제인 '졸레어'가 듣지 않는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여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혁신 신약으로 기대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