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칼럼] AI 3강 목표, 에너지 노동정책 괜찮을까?

2025-11-25     이원두
이원두 언론인 

지금 우리 경제의 당면한 최대 과제는 인공지능 (AI) 시대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여부다. 그 시금석으로는 엔비디아(NVIDIA)가 제공하기로 한 26만 장의 화상처리장치(GPU)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가 꼽힌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전력을 폭식한다는 점이다. 당장 서울대학교 데이터 센터 구축계획이 전력문제와 지역 주민 반대로 헤매는 상태다. 만약 GPU 26만 장을 공급받은 다음, 속된 말로 '죽을 쑤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도 물 건너간 꼴이 된다. 관련 업계와 개개 기업, 그리고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분투하더라도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벅찬 것이 첨단분야, 특히 인공지능 분야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특히 에너지를 담당하게 된 기후에너지부와 인력문제를 다루는 고용노동부는 기업 사정에는 '완벽하게' 눈을 감으면서도 지극히 태연한 것이 문제다.

기후에너지부는 2036년까지 이산화탄소를 53%~61% 감축 계획을 세운 데 이어 석탄화력발전소 61기 가운데 2040년까지 41기를 우선 폐기한다는 방침과 함께 탈석탄 동맹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이는 좋게 말해서 '상당히 이상적 목표'이지만 사실상 현실에는 눈을 감은 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부는 지금까지 유지해 온 '노사정 협의'를 '노정 협의'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노사정 협의가 실효를 보지 못한 데 따른 변경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일 뿐이다. 노사정 협의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았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탈 탄소로 에너지 부담을, 노정 협의로 인력부담을 키우는 것은 기업만 고군분투하라는 것도 '정책'일까?

노동정책도 마찬가지만 에너지 정책은 환경과 기후문제만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를 무시하고 극단적인 환경론이나 기후문제에 치우친다면 기업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제30회 유에 기후변동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화석연료 감축 로드맵에 합의하지 못한 채 폐막한 배경이다.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감축 또는 탈피에 대해 유럽연합 등 80개국 이상이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유국을 비롯하여 석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거센 반발에 이어 일본도 부정적인 바람에 '성명 채택'에 실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온난화 상한선인 '1.5도 이내 상승' 지키기가 어려워졌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기후문제에 등을 돌린 것은 화석연료 감축으로 지구를 지킬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지지를 받는 데 있다. 기후에너지부처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선진국은 유럽연합뿐이다. 실제로 화석연료를 줄이더라도 지구 위기는 막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탄소 배출량 비중이 한자리에 지나지 않는 한국이 유독 급발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지구 나이 43억 살. 그 43억 년 동안 생명이 절멸되는'기후변화'를 수도 없이 겪어왔다. 그런데도 범 인류 차원에서 지구 온난화와 환경파괴 문제를 '성토'하면서 '대책'강구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그 원인이 과학과 기술, 물질문명 발달에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면 과학 기술과 물질문명이 없었던 시대의 지구는 안전했던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불행하게도 '노'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 탄생 90만 년 전, 인류(아마도 네안데르탈인)는 절멸 직전까지 내몰렸다고 중국과학원과 피렌체 대학에서 2023년에 발표한 논문(사이언스 게재)을 통해 주장한다. 각 대륙서 출생한 현대인 3천 명의 게놈을 역추적, 과거의 인구를 추정했다. 돌연변이에 따른 유전자 정보가 담긴 염기 배열 차가 적으면 적을수록 인구도 적다는 것, 이 조사 결과 1백만 년 전에는 가임 인구가 10만 명정도였던 것이 93만~81만 년 전에는 1천 3백 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어 멸절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는 것. 지구가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빙하기에 돌입하기 시작한 때문으로 본다.

지구는 지금까지 두 번의 대대적인 빙하기를 겪었다. 1만 년 전의 빙하기가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이로 인해 생명이 창출된 이래 지금까지 거의 99.9%가 절멸했다. 이렇게 볼 때 현실여건을 무시한 기후대책이나 온난화 대책은 별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수 세대, 길게 잡으면 천년 혹은 만년 뒤가 될지도 모르는 온난화로 인한 인류 멸절을 걱정하기에 앞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먹고 사는 문제에 확실하게 접근하는 것이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기후에너지부와 고용노동부도 잠시 눈길을 현실 경제로 돌릴 필요가 있다.

<Who is>
이원두 칼럼니스트. 언론인. 번역가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문화부장 부국장 내외(현 헤랄드)경제 수석논설위원, 파이낸셜 뉴스 주필 한국추리작가협회 상임 부회장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