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시장 '기지개'…K-게임, 새 성장축 삼을까

콘솔 이용자층 재편 속 플랫폼 다변화 가속 모바일 성장 둔화…PC·콘솔 확보 경쟁 치열

2025-11-24     변현경 기자
(왼쪽부터) 닌텐도 스위치,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 각 홈페이지

민주신문=변현경 기자|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은 콘솔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플랫폼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특히 PC·콘솔 멀티플랫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업계의 성장축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앱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콘솔 기기 활성도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닌텐도 스위치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의 합산 활성 기기는 지난해 8월 173만 대에서 올해 8월 194만 대로 약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플랫폼별 성장률은 ▲엑스박스 13.8% ▲닌텐도 스위치 11.6% ▲플레이스테이션 10.3%로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단순 인기작 효과를 넘어 콘솔 생태계에 전반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단 분석이다.

성장 흐름의 분기점에는 네오위즈 'P의 거짓'이 있다. 지난 2023년 출시된 이 게임은 작품성과 완성도를 두루 인정받으며 한국산 콘솔 타이틀의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으로 불린다.

아울러 출시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네오위즈는 올해 3분기 PC·콘솔 부문 매출(587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배경으로 P의 거짓 본편 및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의 안정적 판매를 꼽았다.

넥슨은 글로벌 스튜디오를 앞세워 존재감을 확대 중이다. 스웨덴 소재의 엠바크 스튜디오가 지난달 30일 출시한 '아크 레이더스'는 2주 만에 전 세계 누적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하며 초반 흥행을 굳혔다.

최근에는 글로벌 게임 시상식 'TGA'(더 게임 어워즈)의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실제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오는 2026년 상반기 기대작도 잇따른다. 넷마블은 내년 1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펄어비스는 내년 3월 '붉은사막'을 출시할 예정이다. 두 작품 모두 장기 개발을 거친 '빅2' 신작으로 평가받는 만큼 그 성과에 따라 국내 콘솔 시장 확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콘솔 공략은 대형 게임사에 국한된 흐름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3~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의 '지스타(G-STAR) 2025' 현장에서 국내 소규모 개발사들의 콘솔 타이틀 12종을 모아 선보이는 'K-콘솔 게임 스타디움'을 운영했다.

지난 13~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 2025' 현장의 'K-콘솔 게임 스타디움' 전경. ⓒ 콘진원

게임사들의 공통적인 전략은 멀티플랫폼 대응이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여러 플랫폼에 동시 전개해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유저층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의 성장세는 유독 더뎠다. 콘솔이 고가 기기 구매 부담으로 외면받는 사이 모바일은 높은 기동성·접근성을, PC는 범용성을 앞세워 성장했다.

다만 최근 가격대별 콘솔 라인업이 확장되고 디지털 중심 소비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대체 콘텐츠의 증가로 모바일 플랫폼 유저들의 충성도가 약해진 점도 변화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시되는 요소는 콘솔 플랫폼별 이용자 생태계다. 전체 이용 시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코어 오디언스(Core Audience) 연령대 비중은 ▲엑스박스(10대·30.6%) ▲닌텐도 스위치(20대·48.2%) ▲플레이스테이션(30대·44.7%) 등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성별 비중에서도 차이가 났다. 콘솔 플랫폼 대부분은 남성 이용자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지만 캐주얼 장르로 정평이 난 닌텐도 스위치만큼은 여성 비중(59.4%)이 절반을 넘어서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했다.

게임사들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타이틀 장르에 따라 입점처를 달리하거나 플랫폼별 출시일을 순차적으로 설정해 테스트 기간을 거치는 등의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콘솔 확장이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고 본다. 콘솔은 IP 확장성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필수 선택지로 굳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구체적인 출시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콘솔 지원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인 기대작들이 이어진다. 엔씨소프트(NC)는 오는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신더시티'와 '타임테이커즈'를 개발 중이며 위메이드맥스도 최근 '프로젝트 탈(TAL)'의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이제까지 국내 게임산업의 지형이 PC·모바일에 상당 부분 집중돼 있었다"며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게임사들이 플랫폼 다변화 차원에서 콘솔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콘솔 게임은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퀄리티와 투자비 등을 핸들링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플랫폼 홀더인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등의 컨트롤을 충족해야 해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