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UAE 자본으로 원전 수출 확장 노린다

韓 기술·UAE 자본 시너지…제3국 수출 정조준 건설 넘어 AI·서비스…수익 구조 체질 바꾼다

2025-11-21     조환흠 기자
한국전력 본사 전경. ⓒ한국전력

민주신문=조환흠 기자|한국전력이 기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UAE원자력공사(ENEC)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력과 UAE의 자본·네트워크를 결합해 글로벌 원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구체화된 이번 협력은 양국이 이미 구축해 온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UAE 원전 협력은 지난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의 첫 해외 원전 수출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바라카 원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기 모두 순차적으로 상업 운전에 성공하며 세계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바라카 원전의 모든 호기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협력 모델이야말로 양국 간 파트너십이 공고히 유지되게 하는 근간"이라고 평가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바라카 원전이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방증이다. 한전의 사업 관리 역량은 물론 한국 원전 생태계의 우수성까지 입증 받은 셈이다.

실제로 한전과 UAE원자력공사는 지난 18일 '원자력 신기술, AI 및 글로벌 시장 협력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력의 핵심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전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양 기관은 구체적으로 ▲AI 기반 예측 정비 ▲디지털 트윈(가상복제)을 활용한 운전 환경 시뮬레이션 ▲운영 데이터 디지털화 ▲지능형 유지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유지보수 비용까지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한국형 원전의 패러다임을 기계·설비 중심의 1세대에서 AI·데이터 기반의 2세대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정밀 진단과 예측 기술은 신규 원전뿐만 아니라 이미 가동 중인 원전에도 필수적이라 향후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양국은 초급 엔지니어와 데이터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양국 대학·연구기관 간 교류를 확대한다.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인적 네트워크까지 구축하는 장기 전략으로 보인다.

UAE 바라카 원전. ⓒ한국전력

협력의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파트너십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양사가 공동의 목표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한전과 UAE원자력공사는 바라카 원전 모델을 글로벌 수준의 수출 플랫폼으로 고도화해 제3국 시장에 동반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원전 건설 수출을 넘어 원전 생애주기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모델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과거 대형 원전 사업의 수익 구조가 건설 중심의 일회성 수주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번 협력을 계기로 운영·정비·서비스 비중을 키우는 흐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바라카 전주기 계약과 이번 AI 협력을 계기로 사업의 무게 중심은 점차 장기 운영과 서비스 분야로 옮겨갈 전망이다. 한전과 국내 원전 산업계는 건설부터 AI 기반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모델을 통해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UAE의 막대한 '오일머니'(자본력)와 중동 네트워크, 그리고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시공 경험을 결합하면 한전이 독자적으로 뚫기 힘든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역시 이번 협력에 힘을 싣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알제유디 UAE 대외무역부 장관은 '한·UAE 포괄적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 경제협력위원회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한·UAE CEPA는 한국이 중동 국가와 맺은 첫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현재 국회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협정이 발효되는 즉시 경제협력위원회를 가동해 양국 기업의 활동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사업을 총괄하고 국내 원전 산업계와 협력하는 이번 모델은 국익 증진은 물론 한전의 수출 역량을 세계적으로 입증해 후속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라카 원전 4개 호기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쌓인 양국의 깊은 신뢰가 이번 MOU 성사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기술 도입 내용과 효과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많은 시너지를 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