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경영 정상화커녕 좌초 위기…탈출구는 어디에

'회생 폐지 VS 인가전 M&A'…한 지붕 두 목소리 '삼촌-조카' 오너 분쟁…지분 70% 소액주주 '피눈물'

2025-11-20     이한호 기자
나원균 대표. ⓒ동성제약

민주신문=이한호 기자|동성제약이 잇단 악재 속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경영 정상화는커녕 내부 분쟁은 점입가경이다. 

동성제약은 20일 공시를 통해 전날 오후 개최한 이사회에서 총 7명의 이사 중 4명이 출석해 회생절차 폐지 추진 승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회사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추진한다. 아울러 관련 법원 서류 제출과 의견서 작성 등 모든 절차를 회사 명의로 진행하고 대표이사에게 법률행위를 전적으로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4명은 모두 이양구 전 회장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브랜드리팩터링 측이 지난 9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한 이사진이다. 이들은 사실상 이 전 회장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원이 선임한 공동관리인은 이 전 회장의 조카인 나원균 대표다. 현행법상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되므로, 이번 이사회 의결은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나 대표 측의 입장이다. 

공동관리인 측은 이번 이사회 결정에 대해 "회사의 업무 재산에 관한 관리 및 처분 권한은 전속적으로 관리인에게 귀속돼 있다"며 "공동관리인은 서울회생법원의 결정 및 허가한 절차에 따라 인가전 M&A를 통한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 등 정상적인 회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을 두고 최대주주 측 이사회와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동성제약 소액주주들이 나원균 대표 및 원용민 이사, 남궁광 이사 등 전 경영진 3명을 서울남부지검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소액주주들은 나 대표가 임박한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해임안 가결을 막고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악용했다는 주장이다.

오너 일가의 다툼이 장기간의 주식 거래 정지 사태로 이어지며 투자자 피해만 키운 상황에서 이번 갈등으로 경영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성제약의 위기는 지난 4월 이양구 전 회장이 보유 지분 14.12% 전량을 마케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거래가는 시세(3820원)보다 14.8% 낮은 3256원이었다. 

이에 조카인 나원균 대표 측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매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5월 7일 약 1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습적으로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는 동성제약 주식의 매매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후 6월 23일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거래가 잠시 재개됐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거래가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감사였던 고찬태 씨가 나원균 대표 등 경영진을 177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후 동성제약 주식은 현재까지 6개월 넘게 묶여있는 상태다.

회생절차 신청 이후 양측의 갈등은 상호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 전 회장 측은 나 대표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나 대표 측은 이 전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 백서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맞고발했다.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었던 지난 9월 12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표 대결마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 전 회장 측이 올린 '나원균 대표 해임' 안건과 나 대표 측이 올린 '브랜드리팩터링 측 이사 해임' 안건 모두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부결된 것이다. 

결국 양측 모두 상대방을 이사회에서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되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공동관리인인 나원균 대표 측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조건부 투자계약(스토킹호스) 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인가 전 M&A'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 감축(감자)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 측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통상 회생절차 중 M&A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무상 소각하는 감자를 동반한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은 소액주주들 또한 투자금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현재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70%에 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은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지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을 설득해 M&A든 자력 회생이든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경영 정상화를 신속히 추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