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정유 한계 넘어 'SAF'로 도약할까?
핀란드·일본 잇는 'SAF 밸류체인'…글로벌 시장 선점 가속 디지털·친환경 '딥 트랜스포메이션'…미래 성장 동력 확보
민주신문=조환흠 기자|GS칼텍스가 전통 정유 사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연료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7년 시행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GS칼텍스의 변화는 전통 정유 산업의 불확실성과 탄소 규제라는 구조적 위기에서 출발했다. 회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SAF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회사는 2023년 9월 핀란드 네스테(Neste)로부터 SAF를 들여와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최초로 급유 및 시범운항 사업을 실시했다. SAF 상업화를 위한 국내 첫 실증 단계로 글로벌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이는 실제 수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 인증(CORSIA)을 받은 SAF 약 5000킬로리터를 일본 나리타 공항에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이후 GS칼텍스는 일본 주요 항공사 ANA, JAL 등과 다수의 SAF 공급 계약이 체결돼 일회성이 아닌 장기 공급 계약 기반의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마련했다.
이러한 글로벌 성과는 GS칼텍스가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추진 중인 '딥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며 가시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전략은 기존 사업의 체질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비즈니스 변화, 디지털 기술을 통한 효율화, 그리고 친환경 저탄소 신사업을 아우르는 혁신 전략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딥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구체적 실행 방식이다. GS칼텍스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생산 공정에 접목했다. 실시간으로 탄소 배출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며 다양한 에너지 절감 과제를 통해 연간 약 7.9만 톤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GS칼텍스가 중장기 밸류체인 구축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친환경 포트폴리오 확장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미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회사의 비전이 구체화된 결과다.
특히 한국의 GS칼텍스, 핀란드의 네스테, 일본의 이토추상사가 구축한 3사 협력 밸류체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SAF 공급망 확대의 핵심축이다. 이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흐름 속에서 국내 바이오항공유 시장 진출의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해외를 넘어 국내 밸류체인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자회사와의 유기적인 협력이다. GS칼텍스의 자회사 GS바이오는 2011년부터 연간 약 10만 톤 규모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왔으며, 지난 2023년에는 390억 원을 투입해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바이오연료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가 붙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ISCC EU)을 획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SAF뿐 아니라 국내외 선박 연료 시장까지 진출하며 친환경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넓혀가고 있다.
정부 정책도 GS칼텍스의 사업 확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9월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SAF 혼합 의무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유에 최소 1%의 SAF 혼합이 의무화된다.
의무 비율은 점진적으로 강화된다.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의무 비율을 초과 달성한 항공사에는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부여하기로 해 SAF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 시장의 의무 혼합 비율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존 SAF 혼합 의무화 목표치를 2030년 6%에서 2050년 70%까지 상향하겠다는 목표치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2050년까지 항공유를 100%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지난 2023년 핀란드 네스테와 협력해 6차례의 시범 운항을 마친 데 이어 국내 정유사 최초로 상업 규모의 SAF를 수출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에 이어 올해 9월부터는 대한항공에도 공급을 시작하며 국내 SAF 보급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의 기반에는 디지털 기술과 AI를 활용한 공정 과정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비 관리 플랫폼 '애셋 플러스'와 자체 개발 AI 모델을 도입해 생산 효율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에너지 통합 관제 시스템인 'LCEMS' 구축을 통해 탄소 감축까지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