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브랜드 '불닭' 다음은…삼양식품, 제2 성장축 모색

불닭 시리즈 의존 벗는다…신사업·신제품 확장 R&D 확대·조직 개편 병행…체질 개선 가속도

2025-11-19     변현경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판매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변현경 기자|삼양식품이 내수 시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업 확장과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히트작 '불닭볶음면'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를 보완할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불닭은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메가 브랜드다.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따랐고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은 80억 개를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인구와 맞먹는 규모로 K-라면 가운데 전례 없는 기록이다.

현재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미주 시장에서 판매 비중이 높다. 여기에 동일 제품이 국내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구조도 수익성을 크게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흐름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삼양식품의 올 3분기 매출은 6320억 원, 영업이익은 13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50% 증가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불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매출은 510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80% 초반대로 치솟으며 삼양식품의 글로벌 중심 수익 구조가 더욱 공고해졌단 평가다.

다만 내수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국내 라면시장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주력 라인업이 불닭 시리즈에 집중돼 있어 후속 히트작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를 타개하고자 삼양식품은 라면 외 신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목된 소스 부문이 두드러지는데, 기업 및 외식업체를 겨냥한 2㎏ 대용량 제품 판매가 늘며 B2B(기업 간 거래) 채널이 빠르게 자리 잡는 분위기다.

냉동 부문도 최근 성장 가능성이 부각된다. 그간 변동성이 크고 수익성이 낮아 비교적 큰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유통망 확장과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펄스랩'의 '한입 쏙! 후무스' 2종과 '한입 쏙! 식물성 너겟' 2종. ⓒ 삼양식품

지난 7월에는 냉동 스낵 브랜드 '펄스랩'을 통해 건강 간편식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후무스(중동 지역의 병아리콩 음식)와 너겟류 제품으로 식이섬유 함량을 높여 시장 트렌드를 공략했다.

라면 제품군 중에서는 이달 초 출시된 '삼양1963'이 새 히트 후보로 거론된다. 삼양식품의 첫 프리미엄 미식 라인업으로, 1989년 우지(牛脂) 파동 이후 자취를 감췄던 우지를 다시 활용해 과거의 브랜드 정체성과 레시피를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신제품 전략의 기반에는 연구개발(R&D) 강화가 있다. 삼양식품의 올 3분기 R&D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75.3% 급증한 84억5400만 원을 기록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연간 100억 원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단 분석이다.

경영진 변화도 성장축 다각화에 힘을 싣는 요소다. 지난 17일 단행된 그룹 임원 인사에서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핵심 보직을 맡았다.

그는 회사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담당해 온 인물로, 해외 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중국 자싱공장 설립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앞서 론칭된 국물 라면 브랜드 '맵탱'의 기획에도 참여한 바 있다.

라면 브랜딩 경험이 있는 인물이 조직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삼양식품이 내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신사업·신제품 확장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조직 개편도 함께 이뤄졌다. 기존 신성장브랜드본부의 기능은 글로벌 세일즈&비즈 디벨롭먼트 본부와 글로벌 GTM(Go-To-Market·시장 진출) 부문 등으로 재편돼 시장별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체계를 구축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들은 불닭 단일 브랜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와 해외 시장 모두에서 외연을 넓히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삼양식품 매출의 중심점을 차지해 온 불닭 브랜드를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을지가 중장기 성장을 가르는 관건이라고 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 외에 펄스랩과 맵탱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동시에 국내에서는 신제품 삼양1963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