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내면 남는 게 없다"…벼랑 끝 내몰린 건설업계

2025-11-19     조환흠 기자
지난해 6월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조환흠 기자|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과 미분양 증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 간 실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특히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 신고를 접수한 종합건설사는 총 48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35건) 대비 11.7% 늘어난 수치다. 4년 전(226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전문건설업의 경우 폐업 건수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지난달까지 전문건설업 폐업은 208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75곳)보다 4.2%(92곳) 줄었음에도 여전히 2000건을 상회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폐업과 줄도산 여파로 보증사고 규모도 역대급으로 불어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 결과 지난해 기준 분양 보증사고 금액은 총 1조1558억 원에 달했다. 보증사고 액수가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해소되지 않는 미분양 물량도 심각성이 부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762가구로 전월 대비 0.2%(149가구) 늘었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248가구로 1.2% 감소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84.4%(2만2992가구)가 지방에 쏠려 있다. 지역별로는 ▲대구 3669가구 ▲경남 3311가구 ▲경북 2949가구 ▲부산 2749가구 ▲전남 2122가구 ▲제주 1635가구 등이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건설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의 비중은 44.2%로 나타났다. 건설사 절반가량이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 비용이 더 많은 부실 위험군에 속한 셈이다.

이와 같은 잠재적 부실기업 비중은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건설외감기업 비중은 ▲2020년 33.1% ▲2021년 37.7% ▲2022년 41.3% ▲2023년 43.7% ▲2024년 44.2% 등으로 꾸준히 확대돼 왔다.

내년도 건설 경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건설 수주가 전년 대비 4.0% 증가한 231조2000억 원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형국이고 민간 부문은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SOC 예산 확대와 9·7 대책 등이 공공 수주를 견인하겠지만 민간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주택 시장 위축과 공사비 상승 부담, 각종 규제가 얽혀 있어 수주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