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보다 싼 신용대출…'빚투' 문턱 낮아졌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하락하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담보가 있는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규제로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경쟁에 나서면서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KB스타 신용대출Ⅱ' 금리는 금융채 6개월 기준 연 3.87~4.77%로 신규코픽스 6개월 기준 주담대 금리 연 3.88%~5.28%에 비해 금리 상·하단이 모두 낮았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S Ⅱ'의 금리도 연 3.50~4.51%로 금융채 6개월 기준 주담대 금리(3.76~5.16%)가 더 높았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지난 9월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4.30%로 주담대 평균 금리(4.12%)와 0.18%p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평균 연 4.91%로, 주담대 평균 금리(3.95%)보다 1%p 가량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두 금리 간 격차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이러한 금리 역전의 원인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꼽힌다. 금융당국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총량 관리에 나서자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와 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주담대 가산금리를 꾸준히 인상해왔다.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1등급 기준)는 지난 6월 3.9%로 저점을 찍은 후 5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주담대 영업이 위축되자 은행들은 연체율이 낮은 우량 고신용자들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담보가 없어 대출 회수 위험이 큰 신용대출의 금리가 오히려 주담대보다 낮아진 것이다.
낮아진 신용대출 금리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주담대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11월 첫째 주(11월 1일~7일)에만 1조1807억 원이 급증하며 105조913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10월 한 달 증가폭(9251억 원)을 단 1주일 만에 넘어선 수치이며 약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