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RS, '스탠브루'로 가성비 커피 가세…투트랙 효과는?

1호점 순항 속 본격 확장…중저가·운영 효율 중시 엔제리너스와 포지션 구분…두 고객층 동시 겨냥

2025-11-07     변현경 기자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스탠브루 1호점 전경.  ⓒ 롯데GRS

민주신문=변현경 기자|롯데GRS가 카페 사업 승부수를 위해 새 판을 짰다. 20여 년간 운영해 온 '엔제리너스'에 이어 신규 브랜드 '스탠브루'를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

각각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표방한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른 소비층을 공략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최근 롯데GRS는 스탠브루의 가맹점주 모집을 개시하고 창업 문의를 본격화했다. 지난 9월 '2025 IFS 프랜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에 참가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는 등 사업 확장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에 문을 연 스탠브루 1호점은 현재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시장 반응을 확인하며 사업 확장 준비에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가성비' 성격을 명확히 한 점이 눈에 띈다. 원두 품질과 추출 방식에 공을 들인 브루잉 메뉴를 갖추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했다. 기본 아메리카노는 2800원, 시그니처 메뉴 '스탠브루'는 3500원으로 책정됐다.

운영 효율성 강화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스탠브루 위례점은 복합 상가건물 내에 약 25평 규모의 단층 매장으로 꾸려졌다. 깔끔한 우드톤 인테리어와 단순한 커피·논커피 메뉴 구성을 택해 비용 부담을 줄였다.

또한 지나치게 과열된 상권보다는 주거 밀집 지역이나 학원가 같은 실수요 중심의 소형 상권을 공략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탠브루의 론칭은 업계 내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기존 저가 커피 브랜드의 운영사는 대부분 해당 브랜드를 주력 포트폴리오로 삼는다. 반면 이미 여러 식음료 브랜드를 보유한 대기업이 가성비 커피 브랜드를 별도로 내세운 사례는 많지 않다.

롯데GRS의 결정은 치솟는 커피 가격과 그로 인한 수요 위축 흐름 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두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커피값이 크게 오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커피 수요가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회사는 기존 브랜드를 없애거나 가격을 낮추는 대신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방식을 택했다.

롯데GRS는 지난 2006년 엔제리너스를 브랜드화한 이후 줄곧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유지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 2021년 리브랜딩을 단행하는 과정에서도 브랜드명의 영문 표기를 바꾸고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쇄신을 꾀했다.

한강 위에 떠 있는 플로팅 매장인 엔제리너스 르엘캐슬갤러리점 모습. ⓒ 롯데GRS

여기에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와 협업한 베이커리 매장(석촌호수 DI점) ▲대형 정원과 잔디광장을 갖춘 자연 친화형 매장(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舊 타임빌라스점) ▲한강 위에 떠 있는 플로팅 매장(르엘캐슬갤러리점) 등 특화 매장을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이어왔다.

즉 롯데GRS는 브랜드 영위를 지속하면서 체질 개선을 통해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엔제리너스의 긴 역사와 상징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탠브루는 가성비 시장 공략을 전담하며 두 브랜드 간 '카니발라이제이션'(내부 경쟁으로 인한 자기 잠식)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엔제리너스와 스탠브루의 공략층을 명확히 이분화한 투트랙 전략이 본격 가동된 것.

롯데GRS는 스탠브루의 초기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내 수도권에 직영점을 추가 오픈하고 이후 지방 대도시로도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직영과 가맹 사업을 병행하며 이제 갓 시장에 진입한 브랜드의 입지를 단계적으로 다져간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롯데GRS는 최근 지식재산처에 '소공동버거'라는 상표권을 출원하며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제출된 상표 도면에는 '버거'라는 명칭과 함께 'EST.(Established·설립된) 1979, SOGONGDONG(소공동)'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는 1979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1호점을 열었던 '롯데리아'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는 심사 대기 중으로 해당 상표가 롯데GRS의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명이 될지, 롯데리아의 신메뉴 등으로 편입될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롯데GRS가 카페 부문뿐 아니라 패스트푸드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유사한 투트랙 전략을 확대 적용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1세대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의 성장이 둔화하고 저가 커피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스탠브루를 론칭했다"며 "(1호점에서) 브루잉 커피 메뉴 판매 비율이 약 80%로,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 시장에 세분화된 커피 취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소공동버거 상표권에 관해서는 "사업 아이데이션(Ideation)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등록한 건"이라며 "현재까지 활용 방안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