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성공 넘어…셀트리온, ADC로 K-바이오 판도 바꿀까?

'항체 명가' DNA로 차별화…혁신 신약 개발사로 체질 개선 선언 정부 '바이오강국' 정책과 맞물려…2030년 첫 상업화 목표 '속도'

2025-10-22     조환흠 기자
ⓒ셀트리온

민주신문=조환흠 기자|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세계 선도 기업 셀트리온이 기존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항암 기술 'ADC(항체-약물 접합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혁신 신약 개발사'로의 완전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셀트리온이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도 거세다.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수익성 악화 우려를 낳았다. 바이오시밀러 시장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결국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모방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신약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배경으로 셀트리온은 ADC를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ADC는 회사가 가장 자신 있는 '항체' 기술력과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ADC의 핵심은 암세포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유도미사일 항암제'로 불린다. 셀트리온은 이 ADC 기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으로 개발하고 있다.

첫째는 '이중특이적 ADC'다. 이는 하나의 항체가 두 종류의 표적을 동시에 인식하도록 만든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암세포를 훨씬 더 정확하게 찾아내 공격한다.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둘째는 '이중 페이로드 ADC'다. 서로 다른 원리로 작용하는 두 종류의 약물을 하나의 항체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암세포를 여러 방식으로 동시에 공격해 더 적은 용량으로도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현재 수많은 기업이 ADC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항체 개발 및 생산 인프라를 이미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쟁사와 같은 출발선이라도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축적된 항체 관련 연구개발(R&D) 기술과 자체 보유 항체를 기반으로 ADC를 개발했다. 이는 유망한 링커나 페이로드 기술 확보에 집중하는 국내외 다수 경쟁사와 대비된다.

이러한 기반이 존재한다는 강점은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셀트리온만의 중요한 차별점으로 시사된다.

지난 8월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셀트리온 사이언스&이노베이션 데이 2025'에서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부문장이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ADC 기술 확보를 위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외부의 유망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동시에 ADC 플랫폼 기술을 자체적으로 내재화하는 방식이다.

먼저 국내외 유망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개방형 혁신을 선보였다. 실제로 2023년 영국 익수다의 47.05%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2022년에는 국내 피노바이오와 약 12억4280만 달러 규모의 ADC 플랫폼 기술 권리 도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아울러 기술 내재화에도 집중해 신규 파이프라인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빠른 시일 내 임상 시험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베스트인클래스(Best in class)' 신약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셀트리온의 ADC 신약 개발 전략은 정부의 제약바이오 육성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 2023년 보건복지부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연 매출 1조 원 이상) 혁신 신약 2개 창출을 목표로 신약 개발에 대한 R&D 투자와 금융 지원을 강화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가 투자와 책임성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고부가가치 ADC 신약을 개발하려는 셀트리온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향후 정책적 지원과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셀트리온은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개의 핵심 ADC 파이프라인(CT-P70, CT-P71, CT-P73)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첫 R&D 행사를 열고 2028년까지 총 9개의 ADC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에 진입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공개했다.

회사는 자체 개발과 투자를 바탕으로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을 타깃으로 하는 ADC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첫 상업화 목표 시점은 2030년으로 설정했다. 화이자, 다이이찌산쿄, 애브비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조 단위 인수합병(M&A) 전쟁을 벌이는 ADC 시장에 셀트리온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ADC 등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하는 신약을 개발해 '항체신약 명가'로 발돋움할 계획"이라며 "항체 분야에서 자체 세포주 개발 플랫폼 등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개발력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너지를 통해 신약개발 성공 확률을 극대화하고 개발 속도를 낼 것"이라며 "바이오산업은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