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불확실성 파고 넘어…'체질 개선'으로 돌파구 마련

K-ICS 150%대 '턱걸이' 위기 넘어…리스크 관리·경쟁력 강화 성공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 통했다…CSM 확보로 배당 재개 기대감↑

2025-10-08     이한호 기자
ⓒ 현대해상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연초 자본건전성 확보와 내실 성장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던 현대해상의 성과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지급여력(K-ICS) 비율을 안정시키고,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미래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린 것이 핵심이다.

불안정한 금융 환경 속에서 외형 성장보다는 질적 개선에 집중하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현대해상의 2025년 시작은 기대보다 위기감에 가까웠다. 금리 변동성 확대와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의 영향으로 이익체력과 자본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조용일·이성재 공동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핵심 수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의 경우 4분기 기준 CSM 잔액이 전분기 대비 13% 감소한 8조2480억 원으로 집계됐고, 지급여력비율(K-ICS)은 157%까지 떨어지면서 금융당국 감독기준 150%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경영진은 ▲자본 관리 역량 집중 ▲이익 창출력 증대 ▲효율 중심 영업경쟁력 강화 ▲사업과 조직의 지속가능성 강화라는 네 가지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K-ICS 비율 관리 강화, CSM 극대화 등 구체적인 실천 과제도 함께 발표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3월, 조용일·이성재 각자대표 체제가 막을 내리고 이석현 부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새로운 리더십이 출범했다. 이 신임 대표는 전임 대표들이 신년사를 통해 제시했던 경영 목표를 그대로 이어받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위기 극복을 위한 실행에 돌입했다.

현대해상은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K-ICS 비율 하락 문제부터 해결에 나섰다. 지난 3월,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적극적인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특히 당초 4000억 원으로 예정됐던 발행 규모는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8000억 원까지 증액됐고, 이를 통해 재무 안정성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자본 수혈과 함께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했다. 장기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현대해상은 부채의 평균 듀레이션(만기)이 긴 특성을 안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리스크가 비교적 낮은 연만기 보험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우량 장기채 매입을 늘리는 등 요구자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러한 자본 확충과 체질 개선 노력에 힘입어 현대해상의 K-ICS 비율은 2024년 말 157%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70.0%까지 회복했다.

재무 건전성 확보와 동시에 '이익 창출력 증대'를 위한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상품의 경험위험률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지난 4월 일부 무·저해지 상품의 요율을 인상하는 등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저수익성 상품 판매를 줄이고 고수익 상품에 집중한 셈이다. 실제로 2024년 1분기 132억 원에 달했던 월평균 신계약 규모는 2025년 2분기 101억 원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는 개선됐다. 신규 계약을 통해 벌어들일 미래 이익을 뜻하는 신계약 CSM은 1조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2023년 말 10.9배에 불과했던 보장성 인보험의 CSM 배수도 2025년 6월 말 기준 18.9배까지 상승했다. 계약 한 건에서 얻는 미래 이익의 가치가 1년 반 만에 70% 이상 급증한 것이다.

홍예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수익 상품 중심의 영업 전략에 따른 체질 개선이 돋보인다"며 "질적 성장을 위한 회사의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지난해 중단됐던 배당 재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K-ICS 비율과 CSM을 통한 이익 창출력 확보는 주주환원을 위한 충분한 여력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IFRS17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해약환급금준비금 관련 회계 이슈가 변수로 남아있다. 배당가능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이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배당 재개 등을 위해 여전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개선된 재무제표의 질적 요소가 유의미한 실적으로 반영되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