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50조 승부수 던진 이재명 정부…'韓 경제' 반전 기회?

2025-09-23     이한호 기자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이재명 정부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50조 국민성장펀드'라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닻을 올렸다. 당초 100조 원 규모로 공약했던 것을 150조 원으로 대폭 증액하며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재원을 마련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첨단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 펀드가 정체된 우리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정부·경제계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펀드 확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펀드는 향후 5년간 AI·반도체·2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수소·미래차·바이오·방산·로봇 등 10대 첨단산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150조 원은 국내에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지만,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현실에 비춰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이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에 가깝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술 선점을 위해 매년 상상 이상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한 해에만 연구개발(R&D)에 약 35조 원(241억 달러)을 투자했으며, 애플 역시 2023년 회계연도에 약 299억 달러(약 40조 원)를 R&D에 지출했다.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연간 설비 투자액은 2024년 2000억 달러(약 275조 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10개 첨단산업에 투입되는 총액이다. 연평균 30조 원 규모로, 글로벌 기업 하나의 연간 R&D 투자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치열한 글로벌 기술 전쟁터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국내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담보 잡고 돈 빌려주는 전당포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손쉬운 이자 수입에 의존하거나 부동산 투자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막고, 벤처기업과 혁신 기술에 대한 모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재정이 위험을 먼저 부담하는 후순위 참여 등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사 외에 일반 국민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선은 존재한다. 우선 15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 중 절반인 75조 원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특히 금융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금융권의 정책 펀드 투자를 압박할 경우 자율적인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역대 정부마다 야심 차게 출범했던 정책 펀드들이 정권 교체나 환경 변화에 따라 동력을 잃고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녹색성장펀드·뉴딜펀드·통일펀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이번 국민성장펀드의 규모는 과거 정책 펀드들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막대하다. 이는 점점 낮아지는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곡선을 되돌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하려면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민성장펀드가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패한 정책 실험으로 기록될지는 이제 정부의 정교한 설계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능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