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긴 아이폰 저절로 풀렸는데…"녹음 끄세요" 전화 끊은 애플
비밀번호 오류로 비활성화 됐는데…조작 없이 잠금 풀린 아이폰 황당 오류에 "고객 책임" 떠넘긴 애플…고객센터 '불통' 대응 논란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이유를 알 수 없는 비밀번호 오류로 잠겼던 아이폰이 아무런 조작 없이 스스로 잠금 해제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비자는 보안 결함을 의심하며 애플에 공식 답변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고객 책임이라는 책임 전가와 내부 규정을 내세운 일방적인 상담 중단이었다.
특히 국내법상 합법인 통화 녹취를 시도하자 상담을 거부하고 전화를 끊는 등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무성의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폰16 프로 사용자 A씨는 지난 토요일 저녁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려 했지만 페이스 아이디가 작동하지 않았다. 곧바로 비밀번호를 입력했으나 이마저도 계속 오류가 발생했다.
A씨는 "기념일로 설정해 둔 번호라 틀릴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의 아이폰은 결국 '8시간 후 다시 시도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비활성화됐다.
8시간 후 A씨는 같은 비밀번호로 잠금해제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달라진 건 없었다. 아이폰은 또 다시 비활성화 상태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애플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애플 측은 "보안상의 이유로 복원이나 비밀번호 재설정은 불가능하며 초기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5시경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페이스 아이디도, 비밀번호 입력도 없었는데 아이폰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스스로 잠금이 풀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보된 내용으로만은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사용자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잠금이 해제되는 것은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연락처와 사진이라도 살려보려고 외부 데이터 복구 업체에 문의하니 더 이상 시도하면 복구 불가 상태가 될 수 있으니 더 이상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가져오라고 해서 손도 대지 않고 가만히 놔둔 상태였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빈번한 만큼 A씨는 자신의 아이폰이 해킹당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애플 측의 대응이었다. 애플은 이번 사고에 대응하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통화 녹음을 막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등 상식 밖의 모습을 보였다.
수 시간에 걸쳐 여러 상담사와 통화했지만 누구 하나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상담사는 "데이터 관리는 고객님 책임이라 백업을 안 해 놓으셔서 발생한 문제"라며 책임을 A씨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A씨는 "수많은 통화 동안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기본적인 사과 한마디조차 듣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A씨가 증거 확보를 위해 통화 녹취를 시작하자 상담사는 "내부 규정상 녹음을 중단하지 않으면 통화를 종료해야 한다"며 A씨를 압박했다.
A씨가 대한민국 통신법에 따라 내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항변했지만 상담사는 "통화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A씨는 "정작 자신들은 통화 내용을 녹음하면서 고객의 녹음은 막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답답한 마음에 해결 방법을 두세 번 물었을 뿐인데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는 이유로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애플코리아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안문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고 나름대로 황당한 사건을 겪었으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며 "기업은 고객의 애로사항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