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 희귀질환 심포지엄 책자에 환자 개인정보 유출…100여 권 배포

유전자진단지원 사업 참여 환자 이름·병명·검사 결과 노출 배포된 책자 회수 어려워…"참석자에게 연락해 폐기 요청"

2025-07-02     이한호 기자
ⓒ 한국희귀질환재단

민주신문=이한호 기자|국가 차원의 유전상담 서비스와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을 논의하는 국회 정책 심포지엄에서 실제 환자의 이름과 병명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배포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7일 희귀질환헬프라인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재단 주관 희귀질환 유전상담 심포지엄 인쇄 책자에 일부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에 따라 유출 상황을 공지했다.

유출된 정보는 희귀질환 유전자진단지원 사업에 참여한 환자 10명의 성명, 의심 질환명, 검사 결과 등 민감정보다.

사고는 지난달 25일 나경원 의원실과 한국희귀질환재단이 주최한  '희귀질환과 유전상담 심포지엄'에서 발생했다.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해당 심포지엄 참석자에게 배포된 책자에 환자 목록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포함되면서다. 책자는 100여 권이 배포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맡은 한 교수님이 착오로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은 채 자료를 만들었다"며 "현장 발표에서는 해당 부분을 제외했지만, 미리 제작된 책자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행사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희귀질환과 유전상담' 심포지움 포스터 

해당 심포지엄은 한국희귀질환재단 창립 14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국가 차원의 유전상담 서비스와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 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유전정보의 공공적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위한 논의의 자리에서 정작 희귀질환 환자들의 민감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문제는 사후조치다. 질병관리청은 공지를 통해 "배포된 인쇄물은 심포지엄 참석자가 소지해 귀가한 상황으로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취재 결과 질병관리청이 주관 기관인 한국희귀질환재단에 자료집 회수를 지시했지만, 재단 측은 '참석자들이 이미 귀가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질병관리청이 재차 회수 및 폐기를 요구하자 재단은 참석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해당 페이지의 폐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물리적 회수는 포기하고 사후 수습에 나선 셈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환자의 의료정보는 민감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행정 프로토콜에 따라 확인 직후 해당 책자를 최대한 회수하고 폐기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며 "환자분에게는 의사 선생님을 통해 피해 사실을 통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