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문수의 '몽니', 쌍권총과 '동상이몽'
민주신문=정인호 기자|"김문수·한덕수가 단일화를 하더라도 이재명 대세를 꺾긴 어려워"
반(反) 이재명 빅텐트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있었음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꺾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전 대통령 체제에서 총리까지 역임한 사람과의 단일화에 목메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가면 100%로 필패라는 점을 모를리 없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대선 후보와의 마찰을 보면 굳이 왜 저러나 싶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를 서두르기 위해 휴대전화 가상번호까지 미리 받아 준비했다. 당 일각에서 양 후보 간의 단일화 시점과 방식을 두고 각종 시나리오가 제시됨과 동시에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공통적인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다만 김 후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황금연휴 4일간 단일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분명 당 경선에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본선 후보 선출 직후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하겠단 입장이었다.
실제로 한 후보와 단일화에 가장 열린 태도를 보여온 것도 김 후보였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시간을 좀 갖자"며 단일화 논의를 골든타임 내내 미뤄왔다. 출마 전과 후 단일화의 온도 차를 보인 셈이다.
앞서 한 후보는 조건 없는 단일화를 내 걸었음에도 그간 김 후보가 절차적 정당성을 빌미로 단일화를 늦춰온 것.
문제는 11일이 넘어가면 단일화에 성공해도 한 후보는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사용할 수 없고, 당으로부터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김 후보는 7일 18시에 한 후보와 단일화를 위한 회동에 나선다는 입장문을 냈지만, 일각에선 온전하게 단일화에 착수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그간 김 후보 측은 당무우선권을 활용해 당 지도부의 권한 제한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 왔다. 또 김문수 캠프 측 김재원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김문수 압박 행위 중단해야 단일화 쉽게 풀릴 수 있다"라고 밝힌 점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단일화 문제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사안이 아니다. 보수 측의 관심사일 뿐, 먹고 살기 바쁜 일반 대중들은 내란 정국을 정리해 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별걱정 없이 먹고 살 일에 몰두하게 해 줄 대통령이 절실한 것이다.
입장에선 이번 선거가 매우 중요하겠지만, 이 같은 모습만 반복해서는 보수진영의 궤멸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보수진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내부 갈등보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