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의 '정당한 계엄론', 국힘의 '정치적 근시안'

2025-02-26     박현우 기자
             박현우 민주신문 기자

민주신문=박현우 기자|헌재에 울려 퍼진 '진화하는 간첩'과 '북한의 지령'이라는 단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장에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반성보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상계엄은 정당했다"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은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과연 이것이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세인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국민의힘의 태도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하게 된 절박한 심정을 진정성 있게 충분히 설명했다"며 비호에 나섰다.

그러나 그 '진정성'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헌법학자들이 일제히 "위헌·위법"이라고 지적하는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 진정성이라면, 그것은 국민들의 우려와 분노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근시안이다. 여론조사에서 탄핵 인용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에도, 당은 여전히 낙관론에 사로잡혀 차기 대선을 위한 준비는 전무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은 이미 후보 선정과 조직 정비를 마치고, 심지어 자신들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재정립하며 국민의힘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국회를 향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표현 자체가 헌법과 법률에서 인정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김수연 교수는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이러한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엄의 정당성만 되풀이하는 사이 정치 지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면 과제는 명확하다. 윤 대통령 옹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고 변화하는 정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탄핵 이후의 정국 변화와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진화하는 간첩"을 경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화하는 정치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 아닐까. 국민의힘이 지금 보여주는 행보는 아쉽게도 그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