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종원의 추락…연예인 된 경영인의 숙명?

2025-02-21     최경서 기자
민주신문 최경서 기자.

민주신문=최경서 기자|한 기업의 대표이사가 소비자들에게 수차례 혼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처음 장사에 도전하는 초보 사장님들을 위해 뛰어도, 농가를 위해도,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도 정신 차려보면 또다시 도마 위다. '국민 요리 멘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얘기다.

백종원 대표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면서 '연예인 경영인'이 된 탓일까? 공인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한국 네티즌 특성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늘 '억울하다'는 태도로 일관해선 안 된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논란 중 대표적인 것은 '빽햄' 사태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한돈 빽햄 선물세트'를 판매했다. 가격은 2만8500원이었는데, 정가(5만1900원) 대비 45% 할인한 가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명절을 앞두고 명절 선물 세트를 할인 판매하는 마케팅은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더본코리아는 이마저도 '상술 논란'에 휩싸였다. 반값 수준인 45% 할인이 적용됐다고 홍보했지만, 알고 보면 제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본래 정가를 높게 책정해둔 뒤 할인을 적용해 혜택이 커 보이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고기 함량도 85.42%로 부족한 수준이었다. 참고로 대표 햄 브랜드인 '스팸'의 고기 함량은 90%를 훌쩍 넘긴다.

백종원 대표는 어떤 입장을 내놨을까. 이번 사태 역시 '억울하다'였다. 정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니라 고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팸, 리챔보다 후발주자인 만큼 공장유지비용 등이 더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고기 함량이 적은 것도 국물에 특화된 레시피로 구성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10년도 더 된 옛 이야기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다. 과거 한 쇼핑몰에서 상술 논란이 발생했다. 빽햄과 마찬가지로 원래부터 정가를 높게 잡아두고, 높은 할인이 적용된 것처럼 홍보했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당시 이러한 상술은 업계에서 일종의 전략으로 여겨지던 시기였다. 사실상 이 같은 지적이 공론화 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공교롭게 해당 쇼핑몰 대표는 한때 '얼짱'으로 불리던 유명인이다. 백종원 대표처럼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연예인으로도 분류됐다.

한국 네티즌들은 공인에게 상당히 엄격하다. 백종원 대표처럼 화제를 몰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에겐 더 엄격해진다. 백종원 대표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한 기업의 대표로서, 국민 요리 멘토로서 수많은 이들 앞에 서려면 그만큼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예인을 겸할 것이라면 말이다.

물론 억울한 마음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유 없는 논란은 없다. 지난해 '연돈볼카츠' 사태처럼 논란이 불거졌다 하면 유튜브부터 켤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백종원 대표에 점점 더 큰 부정적 이미지를 쌓을 공산이 크다.

"영상 제작하면서 끝까지 봐달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는데, 이번 영상은 정말 꼭 끝까지 봐주셨으면 한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지 제가 잘 설명드리겠다"

당시 백종원 대표가 했던 말이다. 백종원 대표는 논란 초기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논란이 커질 경우 뒤늦게 등장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런 방식은 분명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현재 더본코리아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백종원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백종원 대표의 말 한 마디, 한 번의 행동으로 수많은 가맹점주와 직원들은 물론 주주들까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