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 붙은 'K-뷰티' 인기…美 트럼프 취임 후가 걱정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지금은 'K-뷰티' 전성시대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K-팝과 K-드라마의 바통을 넘겨받은 영향이다. 현재 현지인들은 너도나도 '한국 아이돌 메이크업'에 한창이다.
한국의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면 한국 아이돌과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마음만큼은 '카리나'나 '장원영'이라도 돼 보겠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화장품 수출 사상 최대 실적이다. K-뷰티가 주목받기 시작한 전년보다 20% 넘게 늘었다. 기존 최대 수출액을 냈던 2021년(92억 달러)과 비교해도 10.9% 높은 실적이다.
약 10년 전쯤만 해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0억 달러 안팎에 불과했다. 당시는 K-팝 전성기로 여겨지는 시기다. 한류 열풍도 그만큼 상당했다. 하지만 수출에서 힘을 내진 못했다.
K-뷰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이젠 현지 수요를 흡수하고 '꽃길'을 걸을 일만 남았다. 그랬었다. 국내 혼란 정국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 신정부 '트럼프 2기' 출범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모든 나라 상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중국에는 60%의 고율관세를 언급했다.
이 경우 대미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즉, 제3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삼일PWC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20%의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 수출이 448억 달러(약 63조원)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다행스러운 점은 K-뷰티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곳이 인디 브랜드들이라는 것이다. 이들 브랜드의 경우 제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적용시키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주요 ODM·OEM 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한국콜마는 올해 초 미국 제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인디 브랜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마냥 좋은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디 브랜드가 K-뷰티 성공을 이끌고 있다면 이들의 성공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혼란 정국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역대급으로 치솟는 추세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및 체포, 트럼프 당선 등이 연달아 겹치면서다. 환율이 급등한다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 최대 강점인 인디 브랜드들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기존 화장품 업계 큰 손이던 중국 내에서 K-뷰티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세우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이 기간 중국 화장품도 발전을 이루면서 자국 제품 수요가 늘어났다. 중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예전만큼 한국 화장품에 열광하지 않는다. 중국 시장이 쪼그라든 대신 새로 떠오르는 시장이 북미와 일본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중국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 비중을 보면 중국이 25억 달러(3조 6250억 원)로 1위였다. 미국 19억 달러(2조 7550억 원), 일본 10억 달러(1조 4500억 원)이 바로 다음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점점 힘이 빠져가는 중국과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국. 언제까지고 이들 국가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중국과 미국에서 발생하는 수출액이 상당한 만큼 이를 무시하진 못한다. 당장 급한 것은 트럼프 2기 정권에 대비할 수 있는 여건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국에선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야 불 붙은 K-뷰티 성공을 꺾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정서가 빠르게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