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출 전선 예상 밖 훈풍…비관론 잠시 멈춰도 괜찮을까?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수출입 동향은 시장에 작지 않은 안도감을 선사했다. 하반기부터 둔화되는 듯했던 수출 탄력이 연말 막판 반등에 성공하며, 614억 달러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의 불안감을 씻어내는 '반전 드라마'와 같았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하며 역대 12월 가운데 최대치를 경신했다. 결코 순탄치 않은 상황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11월 수출 증가율이 1%대로 둔화된 데 이어, 12월 들어서도 12.3 비상계엄·해제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 등 악재가 터졌지만, 한국 경제는 흔들림 없이 제 갈 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수출액 역시 전년보다 8.2% 증가한 6837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2022년 기록했던 종전 기록(6835억8500만 달러)을 2년 만에 갈아치웠다. 월간 수출 역시 2023년 10월부터 15개월 연속 전년 대비 '플러스'를 나타냈다.
이번 수출 호조는 '반도체'가 이끌었다. 12월 반도체 수출액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고, IT 품목 전반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자동차 수출 역시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이러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연간 무역수지는 518억 달러 흑자를 기록, 2018년 이후 최대 규모 흑자를 달성했다. 12월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1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글로벌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에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물론 2025년 한국 경제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이제 경제 전망의 단골 손님이 됐다. 한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금융당국 수장들마저도 한목소리로 "올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폭탄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한국 경제에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70원을 돌파하는 등 1500원 대까지 위협하고 있다. 코스피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발을 빼며 2400선까지 후퇴했다. 해외 신용평가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의 정치적 혼란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경제 정책과 기업들의 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출이 보여준 '깜짝 쇼'는 우리 경제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줬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수출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2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의 지난해 1~9월 수출 증가율은 9.6%로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위인 중국(5.7%)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은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튼튼하다는 증거다.
수출 전선에서 불어온 훈풍은 그간의 과도한 비관론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펼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출 동력이 살아있는 한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론'은 잠시 접어둬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