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재 옆에 선재…'변우석 마케팅' 이대로 괜찮나?
민주신문=최경서 기자|TV를 틀면 변우석 광고가 나온다. 이것이 끝나면 또 다른 변우석 광고가 나온다. 현재 유통업계 마케팅 상황이다. 배우 변우석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모델로 발탁한 결과다.
현재 변우석을 모델로 기용하는 기업만 총 10곳이 넘는다. 이디야커피와 오렌즈, 일룸을 비롯해 베스킨라빈스와 LG생활건강, 피지오겔, 디스커버리 등이 변우석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9년 동안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던 BBQ치킨마저 변우석을 모델로 발탁했다. 특히 이디야커피는 단 한번도 스타 마케팅을 펼친 적이 없던 기업이다.
한 모델이 동시에 10개가 넘는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변우석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단숨에 스타로 등극한 만큼 앞으로 더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스타 마케팅은 특정 브랜드가 내세운 콘셉트와 부합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면 현재 가장 대세인 최고 인기 연예인을 발탁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최근 파리 올림픽을 통해 '국민 삐약이'로 인기를 몰은 신유빈도 비슷한 예다.
신유빈 역시 빙그레를 시작으로 bhc치킨 등에서 동시에 모델로 발탁돼 활동하고 있다. 변우석과 신유빈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지금처럼 '붐'을 일으키는 것은 특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업계 입장에서도 특수를 잡기 위해 노를 저을 수밖에 없다. 여기까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변우석의 경우처럼 열 곳이 넘는 기업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소속사에서 아티스트의 피로도를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왜 변우석만 특수하게 '광고 노동'을 하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시장과 관련돼 있을 것이다. 변우석의 경우 해외에서의 K-드라마 인기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층도 상당히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기업의 인지도를 확대하기 위해선 낯익은 얼굴로 시선을 끄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국내는 국내대로 마케팅을 펼치고, 해외까지 공략하는 일석이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 이디야커피와 bhc치킨, BBQ 등은 최근 해외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들이다. 그 중에서도 동남아 시장에 힘을 쏟고 있는데, 변우석 역시 특히 동남아에서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
다만 해외는 뒤로 제쳐두고, 국내에선 변우석 모델 기용과 관련해 잡음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10곳이 넘는 기업들이 동시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이미 TV 광고에서 변우석의 광고가 노출된 뒤 곧바로 변우석 광고가 또 등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령 이디야커피 매장 옆에 BBQ가 있고, 그 옆에 오렌즈가 있다면 3명의 변우석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 경우 마케팅 효과가 반감될 우려도 생긴다. '변우석이 모델로 있는 곳'으로 특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지금처럼 변우석을 모델로 기용하는 기업이 많아진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또 변우석'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다. 변우석과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 어느 기업 상품인지 헷갈리거나, 프로모션 기간을 착각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하다. 변우석의 일정이 빡빡해지면서 제대로 된 협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델 리스크'다. 그럴 일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변우석에게 논란이 발생한다면 현재 모델로 기용 중인 수많은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탄을 떠안게 된다.
곧바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해도 모델로 계약한 기업들이 많은 만큼 소속사 측에서 위약금 등을 확실하게 처리해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칫 '티메프 사태'의 마케팅 버전이 될 수 있다.
광고 모델의 논란이 발생할지에 대해선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기업들 입장에선 날벼락인 셈인데, 이러한 사례는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변우석의 경우도 바로 전날 경호원의 과잉 경호로 2명이 숨지는 불상사가 터졌다.
변우석의 잘못으로 볼 수 없는 일이기에 우려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구설수에 모델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의 이미지에는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
아직도 변우석 모델 발탁을 검토 중인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