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의원님에서 사장님으로
민주신문=승동엽 경제부장|정권을 가리지 않는다. 집권 세력이든 지방정부든 다 마찬가지다. 매번 반복되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얘기다.
22대 총선 전후로 정치권 인사들의 공공기관장 낙점 가능성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최근에는 '취임' 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번 낙하산 시즌(?)에도 '금배지' 출신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의원님'에서 '사장님' 소리를 듣게 생긴 인물들이 여럿 보인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하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선에서 탈락해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4선 도전은 후일을 기약하게 됐지만, 그래도 연봉 2억 원이 넘는 보험연수원장 자리를 꿰찼다.
보험 관련 경력이 전무한 그는 취임 일성에서 "이제부터 '보험맨'으로서 정치의 눈이 아닌 보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보험업계와 식구처럼 화학적으로 융합해 미래로 가는 보험맨이 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외부 낙하산 출신 인사가 임원을 맡으면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가 의원 시절인 지난 2015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더는 얘기 않겠다.
홍문표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제는 '사장님'으로 불러야 한다. 4선 의원 출신인 홍 전 의원은 지난달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제20대 사장에 취임했다.
홍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출마를 시도했으나,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과의 경선을 포기하며 불출마했다.
4월 총선에서 낙선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도 며칠 전 한국거래소 산하 정보기술(IT) 전문기관인 코스콤 사장에 선임됐다.
지방에도 '낙하산 주의보'가 발령됐다. 대표적으로 광주광역시는 광주도시공사 신임 사장 내정과 관련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광주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제출한 신임 사장 후보자 2명 중 재선 의원 출신인 김승남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한 상태다.
김 전 의원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같은 전남 고흥 출신이자 전남대 학생운동권 후배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측근 챙기기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 모두 선례(?)를 충실히 따르는 중이다.
이번 정권 들어서 한국전력공사, 대한석유협회, 한국가스공사, 전문건설공제조합, 한국난방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이 전직 의원을 수장으로 모시고 있다.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다. 리스트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의 분량이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은 말과 행동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이 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놓고 본다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슬로건도 '캠코더'(캠프·코드·더민주) 인사와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으로 이젠 냉소의 대상일 뿐이다. 입바른 소리라도 안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낙하산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법적인 장치 없이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어떠한 지방정부든 간에 쭉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물론 정치권 인사의 공공기관장 임명을 반드시 나쁘게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나름의 강점을 갖고 기관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마지노선'은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수장직에 오르면 문제다. 정치권 인사라도 최소한 해당 분야와 연관성 있는 사람이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필자와 같은 생각이다.